Ⅰ. 새벽은 먼 나라

새벽은 먼 나라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지고
그대와 나 앞에 가로놓인
건너갈 수 없는 江(강)
그러나 새벽은
아직도 침묵 채 迷路(미로)를 헤매이고
돌아누워 바라보면
日沒(일몰) 이후의 물무늬 지는 풀꽃들.
살아있다가 죽어가기고 하고
죽은 것이 깨어나기도 하는
새벽은 먼 당신네의 나라.


  Ⅱ. 不眠(불면)이 사는 집

오오, 이 어두운 黙示(묵시) 앞에
門(문)은 어디로 나 있는가.
말갛게 재가 되어 돌아온
오랜 방황의 불씨가 묻어 있다.
한 때 기다림의 눈물도 없이
벌판 한 귀퉁이 주워볼 바람 한 점도 없이
四季(사계) 끝, 나무는 섰는데
달아나라 달아나라
귓전에 히멀겋게 웃음 흘리며
휘장 드리워진 幕(막) 뒤까지 쫓아올지라도
어둠이여.


  Ⅲ. 寢牀(침상)에서

가까스레 寢牀(침상) 한 모서리를 붙잡고 누우면
잠은
램프불에 찰랑이는 올리브유마냥
자꾸만 아득한 수렁 속으로
미끄러져 가고
다시 맞는 아침의 눈부신 死體(사체)들.
종이컵이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다.
목이 탔다, 寢牀(침상) 위에서
황색 커어텐 너머로 문득 돌아보면
뿌리뽑힌 잠과
內在(내재)한 피곤의 향기
녹아내리는 살(肉(육))들의 뼈가 보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