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병아리
쉬운 병아리
상자박스가 우리의 삼층 침대가 되었다. 찬 신문지 바닥에서
이렇게 목 놓아 울면 나 좀 봐 주겠어요?
바람이 너무 차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양 팔의 깃을 세우고 똥구멍에 힘을 꽉 주고 말한다.
어때요 발성이 괜찮나요? 어서 나를 데려가 주세요
고양이가 날을 세우는 장면이 오버랩되며 나는 지금 잡아먹히러 간다
어차피 금방 죽어버리는 병아리일 뿐이다 그래
걱정되세요? 똥줄이 탈 정도로 오래 버티게 노력해볼게요
우리의 종족은 장수만 한다면 무척이나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
병아리 공장의 상품들에게 하자가 있다는 건, 꼬마들은 모르니까 숨기도록
사창가의 언니들도 젖가슴을 꺼내놓고 있지 않잖아 내 똥구멍을 보지는 말아주세요
꼬장꼬장한 단 돈 천원을 갖고 병아리를 주무르는 꼬마의 손과 사창가를 더듬으러 오는 아저씨
그렇게 큰 손으로 나를 조물조물 구석구석 만지는 건 이젠 정말이지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아
내 삐약거리는 신음소리가 당신들 귓가에 남을지도 몰라요
비웃음치는 당신 달팽이관에 우리의 목소리를 모두 삽입하겠다
종이상자 벽에 김이 서리며 바닥이 젖어가고 있다
오상미
문예창작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