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 새 아침에 -1980년을 위하여

새떼들 빨갛게 하늘을 덮었다
산짐승 들짐승 둘레를 짜고
고기떼 여울에서 춤을 춘다.

산들이 성큼 몸 일으키고
파도가 달음질치며 노래한다
보라 저 밝아오는 동녘을 보라고.

얼마나 기나긴 밤이었는가
지겹고 막막한 어둠이었는가
논밭에서 공사장에서 공장에서 강의실에서
궁벽진 시골 장터 목로에서

부르튼 손가락 이빨로 깨물고
싸늘한 재 위에 잃어진 친구들의 이름 쓰며
이 어둠 영원할는가 두려워 떨었지만.

하늘 금빛으로 물들이며 해는 뜨고
햇살은 나뭇잎에 풀잎에 바위에 와 춤을 추고.

광장에 행길에 골목에 고샅에
어둠은 숨고 햇살에 밀려
도망치고 짓밟히고 곤두박질치고.

우리는 듣는다 이 아침의 노래를
산과 들과 바다와 강과
역두와 항구에 일제히 끓어넘치는
이 젊음의 노래 기쁨의 노래를
우애와 평등과 평화의 노래를.

햇살은 더러움과 비겁함 위에도 고루 비치는가.
우리는 지금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몸에 밴 때, 추악함을 씻고
찬란한 햇살 앞에 손을 잡고 섰다.

우리 또한 날아올라 하늘을 덮으리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더 멀리 간도
그렇다 우리 또한 둘레를 짜고
춤을 추며 이 나라 빙글빙글 돌리라.

강의실에서 공사장에서 광산에서
뱃전에서 열차칸에서 감옥에서
얼어터진 투박한 볼 서로 비비며.

백두산과 한라산이 얼싸안게 하리라
대동강과 낙동강이 손맞잡고 울게 하리라
잔돌에 진흙에 모래에 냇물에
햇살은 달려와 입을 맞추고.

우애와 평등과 평화의
새 아침, 위대한 새아침은 밝아오고
사랑과 화해와 통일의
새 아침, 역사의 새아침은 밝아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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