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거미 박사 김주필 교수, 200억대 거미박물관 우리대학에 기부

어두운 몸 빛깔의 털이 달린 거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혐오(嫌惡)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고대 로마에서 가장 위대한 전쟁 영웅으로 추앙(推仰)받는 카이사르는 거미를 볼 때마다 잽싸게 먼 곳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조선의 선비들은 어미의 뱃속을 갉아 먹고 자라나는 거미의 습성에 치를 떨어 보는 족족 거미줄을 거둬 냈다. 이와 같이 ‘거미’하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은 세계 유일무이의 거미 박물관인 ‘아라크노피아’를 방문해보자. 무당거미, 호랑 거미 등 수많은 개체만큼이나 재미난 이름과 다양한 매력(魅力)을 지닌 거미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아라크노피아’에는 특별함이 존재한다.

 40년의 거미 열정

국내 거미 분야를 개척(開拓)하고 40년간 거미 연구에 매진해온 우리대학 김주필(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1호 거미 박사이다. 그가 발굴한 신 거미 종만 약 140종. ‘아라크노피아’ 역시 거미 채집을 위해 주말마다 전국을 누빈 그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거미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다르다. 1980년대 국제거미학회 도중 독에 대한 반응을 연구하던 학자들 앞에서 직접 독거미에게 물리는 실험을 감행(敢行)한 것은 지금까지 유명한 일화로 전해진다. 최근 그는 평생 동안 일궈낸  200억대 가치의 ‘아라크노피아’ 및 전시품 일체를 우리대학에 기부했다. 김 교수는 “개관을 준비하던 시절부터 박물관은 개인 소유가 아닌 사회에 환원해야 할 시설이라는 생각을 해왔다”며 “온 국민이 생태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국대에서 잘 활용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유일한 박물관 아라크노피아. 김주필 교수의 열정(熱情)이 담겨 있는 이 곳을 찾아가보자.

두가지 천국을 즐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진중리에 위치한 ‘아라크노피아’(Arachnopia)는 거미 박물관(博物館)이다. 아라크노피아는 거미류(Arachnida)와 천국(Utopia)의 합성어로 ‘거미 천국(天國)’을 의미한다. 아라크노피아에는 김주필 교수가 전 세계에서 채집한 25만 마리의 거미 표본이 전시돼있다. 또한 수백 종의 화석, 종유석 및 도자기, 불상 등 인문분야 수집품들이 박물관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다. 박물관 외부에는 ‘생태 수목원’ 이라는 또 다른 천국이 존재한다. 50여점의 조각상들과 야생화가 즐비한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할 수 있다. 내년 봄에는 동물 표본실 및 미술관이 새로 건립될 계획이라고 한다.

거미와 놀자!

수많은 거미 표본(標本)과 살아있는 대형 거미 타란툴라가 전시된 본관 1층에 들어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곳에서는 세상의 모든 거미들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새도 잡아먹는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타란툴라 ‘골리앗 버드이터’, 세계에서 가장 독이 강한 ‘등 붉은 꼬마 거미’ 등 세계에서 1위를 앞 다투는 거미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색깔이 화려한 호랑거미, 긴 다리가 돋보이는 농발 거미 등 한국 땅거미도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도 직접 거미들을 만져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사람을 무는 경우가 거의 없는 온순한 타란툴라 ‘로즈헤어’는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김주필 교수는 “처음에 관람객들은 로즈헤어를 보고 무서워 뒷걸음질 치지만, 막상 만지면 대부분 거미의 부드러운 털에 매료된다”며 거미와의 교감(交感)을 추천했다. 거미와의 교감이 여전히 두렵다면 거미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흥미롭게 전파해주는 이곳의 학예사와 동행해 보자.

▲채집된 희귀 나비 종.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아라크노피아에서는 영화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말벌이 박제된 호박 화석(化石), ‘박물관이 살아있다’ 에서 나타난 거대한 공룡의 화석 등 영화에서만 나타날법한 화석들을 만나볼 수 있다. 유일무이(唯一無二)의 화석들은 아라크노피아를 특별하게 만든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꺼비, 조개, 나비와 잠자리의 희귀종들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김주필 교수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전시품들을 소개한 아기자기한 푯말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슈퍼맨이 싫어하는 방해석’, ‘아이스크림 종유석’ 등의 이름표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라크노피아 생태 학교

아라크노피아는 거미 체험(體驗)학습이 가능한 생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일, 1박2일, 2박 3일 코스로 나눠진 생태 학교의 체험 학습 프로그램들에는 김주필 교수의 열정이 녹아있다. 거미에 대한 강의, 거미채집, 표본 만들기 등 모든 프로그램이 김 교수의 지도하에 이뤄진다. 또한 생태 학교 강의의 교재 제작에서부터 거미 시험 문제 출제(出題)까지 모두 그가 담당한다. 생태 체험 프로그램은 거미에 대해 배운 내용을 토대로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김 교수의 열정으로 거미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존재로 다가가고 있다.

거미에게 애정을

자신이 베를 제일 잘 짠다고 자랑했다가 여신 아테나의 노여움을 사서 죽게 된 아라크네는 배에서 실을 뽑아 베를 짜는 거미가 되었다. 거미는 비록 아테나의 저주(詛呪)를 받았지만, 아라크노피아에서는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김주필 교수는 거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길 제안(提案)한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 고정관념 속에서 배척됐던 거미에게 애정(愛情)을 나눠주자는 그의 제안에 동조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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