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세계의 명문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8> 중국 - 홍콩대학교

조선일보와 영국의 평가기관 QS (Quacquarelli Symonds)가 공동 실시한 2009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홍콩대학은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달 8일 발표된 ‘2009 세계 대학 평가’에서는 세계 24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유럽과 미국의 명성 있는 대학을 제치고 24위를 차지한 홍콩대의 무엇이 그들을 지탱하고 있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홍콩대학의 높은 순위는 수준 높은 교수들의 탁월한 연구능력이었다. 그리고 이들을 향한 대학당국의 끊임없는 지원과 후원이었다.

어느 일간지 인터뷰에서 홍콩대학 랍치추이 총장은 “홍콩대학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월성 추구”라고 밝힌바 있다. 즉 그들의 경쟁력은 탁월한 교수와 탁월한 학생이다.

홍콩대학의 학생들 모두가 인정하는 교수들의 질 높은 강의수준. 세계에서 인정하는 연구 성과. 홍콩대학 경쟁력은 우수한 교수진에서 나온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최고의 교수진을 빨아들이는 홍콩대학

홍콩대학은 좋은 교수를 초빙하는데 열심이다. 그들은 일류 교수진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수한 교수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학술 세미나에 참가하기 하여 온갖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그들은 기존 대학 연봉의 3배를 제시하는 것은 보통이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고급아파트, 자녀교육비 보장 등의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이 같은 노력으로 홍콩대학 교수 50%이상이 세계명문대 출신이며 교수의 절반은 50여개 국가에서 온 국제적 영향력을 갖는 외국인이다.

그러나 홍콩대학에 초빙된 순간 교수들은 ‘행복 끝, 경쟁 시작’을 외쳐야한다. 홍콩대학들은 어렵게 모셔온 석학들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교수 평가를 실시해 성과를 내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만든다.

한 학기에 한 번씩 모든 강의의 마지막 수업 30분 동안은 교수님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이루어진다. 설문조사를 하듯 학생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교수님의 강의 준비 및 강의방법, 언어, 속도를 평가하고 개선할 점 등을 쓰게 한다. 이렇게 매 학기 진행되는 강의평가 결과를 점수화 시키고, 그 밖의 교수의 연구 실적에 따라 학교는 3년마다 교수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교수들의 연구 지원금 및 연봉이 지급된다. 또, 평가결과가 좋은 교수님들에 한에서 5년에 한 번씩 교수님의 정년을 보장해주는 평가가 이뤄진다. 평가의 형평성을 위해 세계 유능한 석학들도 모시고 평가가 진행된다. 이때 홍콩대학 교수들은 동료 교수들에게도 주기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이렇게 10년 동안 총 2번을 통과하게 되는 교수들은 홍콩대학에서 정년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정년을 보장 받은 후에도 연구 실적이 좋지 않으면 연봉을 삭감한다.

이렇게 혹독한 교수평가 아래 이공대 교수의 96%가 ISI(미국 과학 정보 연구소)의 논문 인용 순위에서 세계 1%안에 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평가가 혹독한 만큼 교수들에 대한 연구 지원도 대단했다. 오직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홍콩대학 교수는 평균 한 학기에 2과목 정도의 강의를 맡는다. 그들은 1주일에 평균 강의시간 6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연구에만 집중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경우와 견주어 봤을 때 매우 적은 강의시간이다. 또 홍콩 시내보다 외국을 더 많이 돌아다닐 정도로 학술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기도 한다.



조교들에 매달 연구지원 200만원 지급

홍콩대학은 대학원생들을 위한 지원 또한 아끼지 않고 있다. 풀타임 연구생들에게 한 달에 홍콩달러로 13,000달러(한화 약 200만원)를 지급한다. 현재 홍콩대학 도시계획 박사과정에 있는 골람 모이누딘 씨는 “이는 다른 파트타임을 하지 않더라도 홍콩에서 연구하며 생활하기 충분한 금액”이라 며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홍콩대학의 지원에 만족스러워했다.

또 우수한 도서관 시스템은 교수들의 우수한 연구 성과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다.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네덜란드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홍콩대학교 주거학 박사과정에 있는 서보경 씨는 “한국과 유럽에서 공부를 해 보았지만 항상 자료를 찾는데 한계가 있었던 반면, 연구를 하면서 필요한 자료는 홍콩대학 도서관에서 모두 구할 수 있었다”며 “구하기 힘든 세계 석학들의 논문들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1주일 내로 무료로 모두 받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보경씨는 또 "제가 놀랐던 부분은 무려 120일 동안 도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며 서보경 씨는 말을 이었다. 홍콩대학의 교수의 경우에는 자료를 180일 동안 빌려 볼 수 있고, 학부생의 경우 대출기간은 30일이라고 한다. 14일 동안 대출 할 수 있는 우리 도서관과 비교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중앙도서관의 1층에 들어서면 디지털 화 되어있는 검색 시스템이 눈에 띈다. 1층의 시청각 자료에서부터 6층의 학술지까지 다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었다. 단행본 852,776권과 11,500권의 정기간행물. 4,500개의 시청각 자료. 그 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책의 각 페이지를 축소 촬영한 1,000여개의 시트필름 (마이크로 피시)도 갖추고 있었다.

이 도서관의 4층부터 6층까지는 한국어를 포함한 중국어 일본어 등 동양 언어로 집필되어 있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는 동양 언어에 초점을 두고자 1932년 Fung ping Shan의 기부하에 설립됐다 하여 Fung ping Shan 도서관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홍콩대학은 장서수를 늘리기 위해 중앙도서관 뿐 만 아니라 의학, 교육, 법학, 음악 도서관 등 6개의 전문 도서관도 있다. 이렇게 홍콩대학은 학생과 교수 모두가 연구에만 열중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국제화, 외국인 유학생만 3천여명

현재 홍콩대학에는 교환학생을 포함한 외국인 유학생은 약 3,200명에 이른다. 학생 구성원을 국제적으로 만들기 위해 학교는 외국학생 모집에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0년도에 중국 본토 학생들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파키스탄·인도·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서 학생들을 모집하기 시작해 지금은 약 60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 각국의 인재들을 흡수 할 수 있었던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홍콩대학의 여름방학. 중앙도서관 앞에는 중국 본토의 고등학생들로 분주하다. 그들은 홍콩대학교 곳곳을 탐방하고 있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홍콩대 학부생들에게 전공이 무엇인지, 무엇을 배우는지, 홍콩대학 졸업 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등등 몇 가지 질문을 하며 미션을 수행 하고 있다.

이렇게 홍콩대학은 중국의 상위권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방학 때 마다 중국의 고등학생들에게 캠퍼스 투어를 제공하고 있었다. 또, 학생들이 국제적인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홍콩대학은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현재 홍콩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는 팀(20) 군은 “홍콩대학에 입학하면 교류협정이 맺어진 하버드나 캠브리지, 옥스퍼드, 스탠퍼드, MIT 등 어느 대학에서도 공부할 수 있다”며 이 점을 홍콩대학의 가장 큰 강점으로 뽑았다.

홍콩대학교는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독일 등 세계 각국 100개 이상의 주요대학과 교환협정을 맺고 있다. 매년 3000여명의 학생을 교환협정을 맺은 해외 여러 국의 대학으로 파견하고 있었다. 다방면에서의 학위취득을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대학의 진정한 국제화가 아닐까. 홍콩대학은 외국인 학생에게도 역시 교환학생의 기회가 제공되는데, 돈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홍콩 밖에서 1학기 또는 1년 동안 공부하고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교환학생과 더불어 파견국에서의 여러 가지 활동도 할 수 있는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 중이다.
홍콩대학 박사과정의 골람 모이누딘 씨는 “이제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해외에서 다양한 체험활동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홍콩대학은 파견된 학생들을 캄보디아에서 지뢰 피해자를 돕고 인도 마이크로 크레디트 은행에서 일하는 등의 체험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기숙사의 경우에는 홍콩의 각 지역에 20개의 빌딩들이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각 빌딩별로 시설도 가격도 차이를 두어 학생 개개인의 생활 여건에 맞게 기숙사를 선택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숙사 선발은 선착순접수로 진행된다. 교환학생에게 첫 번째로 우선권을 부여하고, 다음으로 학부 유학생, 대학원생, 거주지가 홍콩인 학부생 순이다.

190개의 싱글룸과 20개의 더블룸이 구비되어있는 홍콩대학교 캠퍼스 내에 위치한 기숙사의 경우에는 학기당800에서 900명 정도가 기숙사에 지원하고 그중 200명이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다. 4명중 1명만이 방을 지원 받을 수 있는 격이다. 기숙사 선발 과정에서는 학생의 성적과 지도교수님의 추천서가 반영된다. 홍콩대학에서 도시건설 박사과정에 있고, 이 기숙사를 이용하는 방글라데시인 골람씨는 “이 기숙사의 싱글룸의 경우에는 한 달에 홍콩 달러로 2,500달러(한화 40만원)를 지불해야 하고,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의 별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또 홍콩대학 주거학 박사과정에 있는 서보경 씨는 "홍콩대에서 도보로 10분정도 걸리는 기숙사에서 3인실을 사용했는데 한 달에 홍콩달러로 1,700달러(한화 30만원)를 지불 했는데 홍콩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그리고 열띤 토론

영화 ‘유리의 성’의 배경이었던 본관 1층에서는 섬머스쿨 프로그램의 일부분으로 아프리카 역사 수업이 한창이다.

가나출신의 교수님 아래 15명 남짓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아프리카의 언어, 문화, 역사에 대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학생이 자신이 준비해 온 하나의 이슈에 대해 영어로 발표를 한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고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매우 놀랐다. 이런 수업이야 말로 대학다운 강의가 아닐까.

홍콩대학의 대부분의 수업은 이와 같이 학생이 주체가 되어 수업이 진행된다. 교수는 최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끌어 내기위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공부에서 이론에 대한 부분은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서 학생들은 얼마든지 혼자서 공부할 수 있다”며 “그래서 예습을 통해 이론적인 부분을 습득하고, 그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그들의 생각을 정리해 오는 과제를 매 시간마다 부여합니다. 수업시간에는 그들의 생각을 듣고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 정리하는 역할을 하죠.” 홍콩대학의 교환교수로 아프리카 학을 가르치는 가나출신 교수님의 말이다.

“강의실에서 80%가 교수님 위주로 진행되는데 한국과 달리, 이곳은 수업의 80%이상을 학생들이 끌고 가죠.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수업. 이런 수업이야말로 진짜 대학에서 진행되어야 할 수업이라고 생각한다”고 홍콩대학의 박사과정에 있는 서보경 씨는 말했다. 이어 그녀는 “모두가 영어권에서 온 학생들이 아니기 때문에 유창하게 영어실력을 구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에서는 영어를 하나의 학문으로 보는 영어교육이 한창이지만, 영어는 하나의 언어로서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이라고 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영어에 대한 개방성이 강하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홍콩대학의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은 다국적 학생들이 홍콩대학으로 모여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섬머스쿨 프로그램으로 홍콩대학에서 강의를 들었던 네덜란드에서 온 켈리즌(24)은 “아시아에서 여름학기를 보내고 싶어서 프로그램을 알아보았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와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국가가 그리 많지 않았다”며 “홍콩대학 안에서는 다른 국의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었다”며 자신의 홍콩대학 생활을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홍콩대학이 외국인 학생을 뽑는 기준은 첫째, 좋은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는 가. 둘째, 학문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뛰어난 가. 셋째,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가이다.

“홍콩대에 들어오기 위해 영어와 관련된 많은 시험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영어강의를 듣는것에 대한 큰 어려움은 없어요.” 중국본토 출신의 현재 홍콩대학교에서 일본학을 전공하는 한 학생의 말이다.

홍콩대의 건물은 홍콩시내의 여느 건물들처럼 다닥다닥 붙어 수직으로 우뚝 솟아있다. 홍콩대는 학생 수 1만 2천여 명에 주 캠퍼스가 겨우 5만㎡ (약 2만 3천여 평)에 불과하다. 약 4만평정도의 우리대학에 비해 작은 캠퍼스. 운동장 하나 없이 26개의 건물들이 밀집 되어있다. 대신 그들은 연구동을 비롯한 단과대의 캠퍼스를 홍콩 곳곳으로 분산 시켰다. 이 작은 규모의 학교가 아시아 대학 평가 순위 1위 대학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은 또 고육지책으로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

캠퍼스 내 26개의 모든 건물이 15층 이상의 고층 건물들이 그것이다. 그들의 캠퍼스에는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도 없다. 캠퍼스 내에 차량이 즐비한 한국 대학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오직 사람들의 동선에 맞게 캠퍼스 모든 곳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가파른 비탈길의 지리적 단점을 보완이라도 하듯 각 건물들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1층부터 6층을 한 번에 잇는 계단은 각 층별로 짧게 끊겨 있다.

홍콩대학에서 또 놀라웠던 것은 건물 내 전체 ‘금연’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학교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커피숍에서도 ‘금연’이라는 빨간 표시가 눈에 띈다.

홍콩대학 밖으로 나와 보면, 카페, 술집 등 학생들의 유흥문화가 전혀 없는 것에 의아했다. “술을 마시고 카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고 건축학과의 팀(20)군은 말한다. 홍콩대학의 대부분의 수업에는 튜토리얼 시스템이 포함된다.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대학원 조교 아래 진행된다는 강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은 모두 참석해야 한다. 자신의 시간표에 맞게 학기 초에 시간대를 정하여 수업시간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 할 수 있다.

작은 땅과. 부존 자원이 없는 홍콩.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는 인력을 잘 육성해야만 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영국의 영향으로 장점이 되어버린 영어 사용 국가. 수출과 무역이라는 국제적인 이점을 잘 활용해 홍콩대학은 연구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 홍콩대는 어쩌면 한국의 대학들이 따라야할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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