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분야서 뜻밖의 수확

◆ 金長好(김장호) <師大敎授(사대교수)·詩人(시인)>

  웬만큼 소설의 짜임새를 익힌 사람도 대화를 만들어나갈 때 그만 그 바탕이 드러나고 마는 법이라, 희곡에 학생들이 쉬 엄두를 못내는 것도 대개는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金時岸(김시안)군의 <勝負(승부)>는 단 두 사람이 한자리에서의 대화를 가지고 드라마를 만들어내었으니 그새 수련의 두께를 짐작할만하다. 극적 긴장감이 한시도 풀어지는 법 없이 팽팽한 대결을 마침내 인간의 회복으로 전환시켜버리는 솜씨는 놀랄만하다. 한마디로 뜻밖의 수확이라 말할 수 있다.
  김필주양의 것은 거기 비하면 안이하다. 기계문명에 쫓겨나는 토속신앙과 그보다 더 보배로운 인간의 사랑을 그렸으나 도식적이다. 대사를 통하여 드라마를 구축하는 법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시부분이 입상권에서 탈락된 것은 섭섭했다. 姜祥允(강상윤), 咸成柱(함성주), 南基正(남기정)군은 수준을 넘어서고, 下潤(하윤)스님의 정진도 눈을 씻고 읽게 해주었으며, 또 이기창, 尹盛根(윤성근)군의 리듬감이나 林堯韓(임요한)군의 에스프리도 값질 만 했다. 모두 더 한층의 노력을 기대한다.


◆ 洪起三(홍기삼) <文理大敎授(문리대교수)·문학평론가>

  가장 응모수가 많았던 분야는 小說(소설)이었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편수만도 6편. 그중에서 다시 남은 것이 ‘出埃及記(출애급기)’ ‘바닷새’ ‘고슴도치들의 만찬’ ‘연어의 입에 물린 사과’ 4편이다.
  ‘출애급기’의 경우 한 가정을 破局(파국)으로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 아버지인데 그가 자식들 앞에서 그토록 비열하고 추악하며 파렴치한 인간이 되어야 하는 까닭이 납득되지 않는다.
  ‘바닷새’의 경우 문학의 재능이나 논리적 감성들이 보이는 반면 小說(소설)의 기본적 요건, 예컨대 小說的(소설적) 文章(문장)이라든가 사건전개의 有機的(유기적) 연결 또는 단편 특유의 긴박감 같은 것들이 결여되어 있음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金時岸(김시안)군의 희곡이 本賞(본상)에 입상하지 않았다면 그가 응모한 단편 ‘연어의 입에 물린 사과’와 鄭淸權(정청권)군의 단편 ‘고슴도치들의 만찬’이 함께 장려상으로 입상될 수 있었을 것이다.
  ‘연어…’는 이 작품의 핵심이 되는 낙태의 이유가 은폐된 것이 결함인 반면 신선한 감성과 小說的(소설적) 技法(기법)이 두드러졌고 ‘고슴도치…’는 오탁번의 ‘處刑(처형)의 땅’에서 시도된 復數主人公(복수주인공) (‘우리들 중의 하나는’)의 진행방법과 그대로 일치되는 것 때문에 독창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게 한 반면 ROTC라는 특수대학계층에 대해 재미있고 날카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詩(시)를 주류로 하던 과거의 東國文學(동국문학)과 달리 散文文學(산문문학)에 더욱 열의를 보인다는 점에서 동국문학의 어떤 可能性(가능성)과 새로운 출구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投稿(투고)된 원고가 예년에 비해 고른 수준을 보인 것도 또한 반가운 일이다. 적어도 입선작이나 투고된 몇몇 작품들은 作法上(작법상)의 기초적 결함을 가진 것들이기는 하지만 作家的(작가적) 可能性(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에 특히 유의된다. 계속 정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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