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거주(居住)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 도시에 몰려 살고 있으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서울의 경우 전체 국민의 약 사분의 일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 이와 같은 도시화 과정은 인류문명의 출발과 함께 시작되었지만 현재와 같은 급격한 도시인구 증가는 산업혁명(産業革命) 이후 진행된 결과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현재에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도시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그 증가비율이 다소 낮고 개발도상국의 경우 그 속도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하는 차이(差異)가 있을 뿐이다.

도시생태학을 전공한 필자에게는 이와 같은 도시화과정에서 사라져가는 자연 자원을 어떻게 하면 잘 보전할 것인가 하는 것은 가장 큰 연구 과제이다. 그 보전 방법으로는 자연 생태계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방법에서부터 훼손(毁損)된 자연을 복원(復元)하거나 복구(復舊)하는 방법, 또는 이미 기성 시가지로 만들어진 공간에 자연을 인위적으로 도입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고려되고 있다.

이와 같은 도시화의 문제를 도시화 과정의 자연훼손을 나무라는 대상을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는 “숲의 서사시”라는 책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이 분야의 전공서적이 아니며, 저자 또한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수집하여 서술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느낌이 딱딱하지 않고, 편안한 역사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 숲의 서사시는 1988년에 발간된 책이지만 우리나라에는 2002년 번역본이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숲의 서사시’라는 제목으로 출간(出刊)되었지만 당초 원제목은 ‘숲의 여행 : 문명발달에 있어서 나무의 역할’이다. 실제 내용을 읽다보면 숲의 서사시(敍事詩)라는 제목이 조금 추상적인 반면 원제목은 책이 가진 내용을 우리에게 훨씬 잘 전달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은 문명이 시작되고 나무에 대한 벌채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메소포타미아에서부터 그리스, 로마, 이슬람, 르네상스 시기의 베네치아, 영국, 브라질을 거쳐 19세기 후반의 미국에서 끝을 맺고 있다. 저자는 미국에서 이 시기가 서구 국가로는 마지막으로 나무시대를 마무리 하여 연료와 건축자재였던 나무가 석탄과 철에게 자리를 내준 시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동기 시대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회는 일차적으로 연료와 건축자재를 나무로부터 얻었다. 따라서 나무의 풍부함과 부족은 당시 사회의 문화, 인구, 경제, 정치, 외교, 기술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였다. 당연히 이로 인한 전쟁도 불사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연료와 건축자재로 석탄과 철재를 이용하면서 나무로부터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는 시대를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끝은 지구온난화 및 여러 가지 환경문제로 인해 다시금 순환 가능한 자원인 나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류문명의 생존여부가 비교적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던 나무와 자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대로 다시 회귀하게 된 것이다.

숲의 서사시는 이런 내용들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가 처해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저자가 이야기해주고 싶은 결론이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우리 머릿속에 명징하게 남는다. 이 책을 통해 환경훼손을 담보(擔保)로 이루어진 현대문명에 대한 자성과 인류문명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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