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위대한 작가, 구엔 반봉의 ‘사이공의 흰옷’은 1963년 -고딘 디엠정권이 타도된 해-의 세와 독재, 그리고 경제적 착취속에서 사회적, 도덕적 타락으로 매판의 거리로 되어버린 남베트남의 도시 사이공이 무대가 되고 있다. 사이공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생운동에 투신한 구 엔 치홍이란, 여학생의 처절한 삶, 그리고 그녀의 동료들과의 동지애가 어떠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인간상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홍은 가난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가난의 극복을 목적으로 사이공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은 홍은 어느 학생보다도 가장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낙제까지 해가며 학생운동에 헌신하는 홍의 갈등을 우리는 짐작이나 할까.
  자신의 어머니가 서럽게 눈물 흘리는 모습이 좋은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구 엔 치홍의 그러한 갈등의 해결은 관념 탈피를 향한 일상생활과의 지난한 싸움속에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말로만의 혁명이 아닌 실천과 접맥된 혁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의 관념에 의해 존재가 규정지어진다면 어떤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홍은 온몸으로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일부러 낙제를 하게 된 홍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서도 새로운 학생회를 구성하는 등 변함없는 투쟁의 시간을 보낸다. 이런 과정속에서 프락치의 반의 밀고에 의해 투옥된다.
  혹독한 고문과 야비한 술책에 대해, ‘이 연약한 육신이 부서지고 깨어지더라도 그 모든 고통은 부패와 타락과 부도덕함의 구렁텅이에 빠진 조국을 위한 고통이므로 운동의 숭고함이나 아름다움은 목숨으로도 바꿀 수 없다’는 구 엔 치홍의 말을 읽을 때쯤이면 우리는 많은 부끄러움과 동시에 새로운 결의를 가슴가득 다지게 된다. 인간해방운동을 하다 투옥되면 당시의 고딘 디엠 정권도 용공분자란 터무니없는 오랏줄로 탄압에 열중했다하니 이 시대에 시사해준 바가 많다고 본다.
  투옥된 상태에서 그녀의 둘도 없는 동지, 호앙이 투옥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홍은 무척 걱정하지만 계속되는 인간존중의 생각을 지킴으로써 서로 더욱 사랑하는 동지애를 키워나간다.
  고딘 디엠 정권이 타도되고 홍은 4년만에 감옥에서 나온다.
  그리고 13년 동안 복역하고 나온 호앙과 홍은 그들의 모교인 사이공의 고등학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하지만 홍은 아직 승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제국주의에 의해 신식민지화된 조국 베트남을 개량이 아닌 혁명의 길로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지도 어언 10년이 지났다. 이 사건이 제 3세계는 물론 세계사에 큰 충격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의 선생님들은 공산주의와 반공산주의와의 싸움으로 밖에는 가르쳐주지 않고 또한 베트남 특유의 역사와 복잡한 정치상황 외세와의 관계 등을 살펴보지 않고 획일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진실과의 거리를 더욱 넓힐 뿐이라는 것을 ‘사이공의 흰옷’을 읽고 절실하게 느꼈다.
  베트남의 한 여학생의 이야기 ‘사이공의 흰옷’은 베트남 민중들의 투쟁 중 학생운동을 주로 소설화함으로써 베트남문제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바른 이해를 해야만 한다는 문제제기를 아울러 던져주고 있음을 끝으로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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