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갔어요”

  눈이 부시게 피어있는 코스모스의 진홍빛(purple)벌판을 만삭이 다된 언니와 철부지 동생이 깔깔거리며 술래잡기 하는 장면부터 이 영화는 관객의 시선을 일찌감치 저당 잡히게 한다.
  순해 빠진 암소의 눈을 보듯 커다란 눈망울에 조금은 바보스러우리 만큼 무지한 주인공 셀리. 그녀는 노동력과 섹스의 대상으로 남편 앨버트를 위한 봉사와 희생의 길을 강요받는다.
  ‘주인님’이라고 부르기를 명령하는 남편과 전처소생의 아들의 괴롭힘 속에서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삶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어리고 순진하다고 얼버무려야 할 셀리의 운명앞에 남편은 예전의 애인인 블루스가수 ‘셔그’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그러나 이 일은 훗날 셀리의 운명의 좌표를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으니, 목사의 딸로서 머릿속의 신앙과 가슴속의 뜨거운 욕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셔그가 더 없이 맑고 순진무구한 셀리의 눈속으로 인간 對(대) 인간의 情(정)으로 따뜻한 시선을 건네게 된다.
  이는 곧 셀리가 마침내 한 인간으로 눈뜨게 되는 계기마련이 되기도 한다. 남편의 간계로 아프리카에서 동생 네티가 보내는 돈과 편지를 못 받아 보다가 셔그에 의해 자기 손에 동생의 편지가 읽혀진다.
  ‘당신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 갔어요’라며 그녀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남편을 향해 분노의 항변을 토한다.
  세월은 흘러 동생이 훌륭하게 성장한 셀리의 두 자식을 데리고 귀국. 그들의 뜨거운 해후가 이루어진다.
  이 작품은 불행을 다만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으로 알고 받아들이는 아픔이 혹,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대할 때의 감동과 일치하게 한다. 우리를 붙들고 2시간 30분 동안 집요하게 늘어지는 이 영상예술의 생명력은 어디에 있는가?
  주인공 셀리에 대한 연민, 한 인간의 인격체로 서서히 자각해가는 모습들, 그리고 끝내는 선과 악을 구분하고 떨쳐 버리듯 일어나 자신의 운명을 뒤엎는 장면 장면에서 그 이유를 댈 수 있지 않나 본다.
  이 영화의 원작은 흑인여성작가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엘리스·워커의 작품으로 1906년에서 1949년 사이의 조지아주 농촌, 흑인사회를 중심으로 노예 같은 생활을 강요당하는 흑인여성의 생활상을 셀리라는 한 여성이 신에게 고백하는 편지형식으로 리얼하게 표현한 문제작이다.
  시종일관 그 커다란 눈망울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의 주인공역에는 혼자 마약중독자, 불구자 등의 수많은 인물을 연기하는 스푸크·쇼(Spook Show)를 개발해 낸 후리 골드버그가 맡았다.
  그녀는 10대의 청순한 소녀로부터 뼈를 깎는 인생역정을 해쳐온 여인의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역할을 거뜬히 소화해 내고 있다.
  특히 끊어질 듯 가냘프면서도 날카로운 시적 감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속의 주인공 심적 연기력은 돋보였으며 아프리카의 석양빛과 조지아주의 한가로운 연못 풍경의 크로스 커팅은 스크린 가득 자연의 미를 뿌려놓은 한편 대서사시를 읽는 감동이었다.
  끝으로 많은 화제속에 올해 아카데미상 11개 후보에 올랐으면서도 단 1개의 부분의 수상도 못한 것은 예술에까지 인종문제를 갖고 작품을 평가하는 예술 철학적 모순에 씁쓸한 여운이 남음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