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세계의 명문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5> 일본 - 교토대학교

작은 마을과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흐르는 실개천의 고요하고 편안한 분위기는 지난 50여년 동안 수많은 학문적 성과를 일궈낸 교토학파를 상징하고 있다.

철학의 길은 일본 근대철학의 아버지인 니시다 기타로 교수가 즐겨 산책한 길이다. 이 길에서 기타로 교수는 현대사회속에서 그들의 삶을 생각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체화해냈다.

‘철학의 길’에서 느낄 수 있듯이 교토대는 ‘기초학문’이 강한 대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대학이다. 5명에 이르는 교토대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는 이를 잘 보여준다. 노벨상 수상의 명성에 힘입어 교토대는 도쿄대와 함께 일본 최고의 국립대학으로 꼽혀왔다. 관료양성을 목표로 하는 도쿄대와는 다르게 교토대는 10개의 학부와 17개의 대학원을 갖추고 있는 연구 중심 대학이다.

노벨상 수상자만 5명 배출
교토대는 대학원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물리, 화학 등 자연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만 5명, 수학부분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 2명을 배출했다.

교토대의 노벨상 수상 행진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 교수의 수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유카와 히데키 교수는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중간자’를 교환하며 결합을 유지한다는 새로운 이론을 세워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65년에는 도모나가 신이치로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1981년에는 후쿠이 겐이치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뒤이어 1987년에는 도네가와 스스무의 의학생리학상과 20001년 노요리 료지의 노벨 화학상 수상은 교토대의 노벨상 수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교토대가 화려한 노벨상 수상 경력을 갖출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자유로운 학풍’이다.

졸업생들은 교토대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유로운 학풍을 꼽는다. 교토대는 자유로운 학풍을 바탕으로 인문학 분야에서는 ‘니시다철학’을 비롯한 독특한 학풍의 ‘교토학파’를 형성해 왔으며, 기초과학분야에서는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학생과 교수, 그리고 교직원들은 ‘자유로운 학풍’을 당연시하며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한동수(농학부 3학년)군은 “같은 과의 학생들만 보더라도 매우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각자 배우고자 하는 학문분야도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모두 개성이 강해 옷차림이나 공부하는 방식이 제 각각이다”고 말했다.

자유롭게만 보이는 학생들이지만 시험기간이 아니어도 도서관은 물론이고 앉을 수 있는 곳은 어디든지 자리잡고 공부하는 모습은 그들의 공부를 향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유로운 학풍을 바탕으로 자학자습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교토대는 연구 성과를 독촉하지 않는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 김문경 교수는 “교토대는 일반적인 대학 연구소와는 달리 연구 성과에 대해 독촉하지 않는다”며 “대학원 학생들과 교수는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꾸준히 시간을 두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자율적인 연구풍토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바로 교토대 교수들이 이룩한 화려한 연구업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율을 추구하면서도 그 자율에 대한 성과가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에 연구에 대해 독촉하지 않는 것이다.

교토대는 영국 일간지 ‘더 타임즈’에서 실시한 2009년 세계대학평가에서 22위를 차지해 세계적인 명문대학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또한 SCI논문 발표 수도 언제나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등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유로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교토대 교수들은 연구에 매진하고 좋은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연구성과가 응용학문 분야 뿐만 아니라 기초학문 분야에서도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에 교토대의 전통인 기초학문 강세를 이어나간다.

그 예로 김문경 교수의 경우 일본의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70여편 게재한 바 있으며, 30권이 넘는 저서를 펴냈으며, 만 30세 젊은 나이에 ‘동방학회’의 학술상을 받는 등 동아시아학분야 특히 중국문학분야에서 높은 학문적 업적을 보여주고 있다.

교토대는 김문경 교수와 같이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주목 받는 교수들이 많다. iP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를 발견함으로써 줄기세포 연구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 야마나카 신야교수, 침팬지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교토대 침팬지 연구팀,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고 교토대 기초물리학연구소장을 역임한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가 있다.

자유로워 보이는 연구 환경속에서 어느 대학 교수들 보다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교토대 교수들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교토대는 자유로운 학풍을 바탕으로 한 기초학문 분야의 강세라는 전통을 지니고 있는 대학이다. 하지만 그런 교토대도 최근 빠른 성과와 최첨단학문을 지향하는 세계적 조류앞에서 전통의 고수만이 아니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자유로운 전통, 변화와 혁신으로
교토대는 2004년 국립대학에서 법인화로 대학경영의 중요한 축을 변경했다.

국고 보조금에 의지해 국가의 이러저러한 통제속에서 대학을 운영해오던 것에서 탈피해 이제 세계대학들과의 본격적인 경쟁무대에 들어선 것이다.

교토대가 이처럼 법인화를 통한 자율경영을 선언한 것은 더 이상 더디게 갈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동안 '무제한적 방임'이 그동안 교토대의 느리지만, 강한 전통을 이끌어왔다면 급속도로 변화하는 지금과 미래의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즉 이제는 시대상황에 뒤쳐져서는 '자유'와 '자율'도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절박함이 교토대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교토대는 법인화 이후 해마다 점점 줄어드는 국고 보조금으로 인해 생기는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공동연구와 수탁연구, 기부금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기부금을 늘리기 위해서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법인화 이후 새로 생긴 동창회나 대학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기부금을 모금하기도 한다.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기부에 관한 규정이나 제도, 데이터 등을 소개해 사회적인 기부를 요청하기도 한다.

또한 기부금 모금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로 기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기부금 유치를 위해서 세밀한 부분까지도 신경쓰고 있다.

발전기금 확보, 학교차원 노력
교토대가 스스로 자부심으로 여기는 노벨상 수상자 배출은 기부금 유치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타카미 준코 홍보과장은 “교토대의 자부심에서 일본 국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한 노벨상 수상이 기부금 마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방법으로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토대는 외부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연구추진부를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연구추진부는 학내연구가 연구수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수들에게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

타카미 준코 홍보과장은 “외부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내용을 심사받아야 한다. 심사에는 면접심사도 포함되어 있는데, 교직원들과 교수들이 함께 모의면접을 진행해보고 응모서류를 작성할 때 교직원과 교수가 협력하는 등의 상호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외부자금 유치를 위한 학내연구의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교토대내에 마련된 기자클럽은 일본 주요 일간지 기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그 예로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는 신속하게 일본 국민들에게 전해진다. 언론을 통해 연구성과를 대내외로 홍보하면서 교토대의 좋은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외부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교수뿐만 아니라 학교가 협력하는 모습은 교토대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노력은 외부자금 모금의 증가로 나타난다. 오랜 기간 국고 보조금에 의지해왔기 때문에 외부자금의 금액은 일본 내 사립대학들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가파르게 상승해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교토대의 국고 보조금은 약 583억 엔(약 7361억 원)이다. 한편 기부금(약 42억 엔)과 정부·기업으로부터 수주한 연구비(168억 엔)의 총액은 약 210억 엔(약 2730억 원)으로 국고 보조금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타카미 준코 홍보과장은 “국고 보조금에 비해 대학자체에서 마련한 재정은 절반 수준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토대는 법인화를 채택한 2004년 이후 꾸준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민간공동연구 부분에서는 2004년 17억 엔에서 39억엔으로 두배 이상 상승했으며, 수탁연구에서는 81억 엔에서 127억 엔으로 크게 늘었다.

기부금도 그 금액은 국고 보조금에 비해 많이 못 미치지만 2004년 37억 엔에서 88억 엔으로 절반 이상 늘었다.

또한 교토대는 변화속에서도 그들의 자존심인 기초학문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교토대는 빠른 연구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기초학문 분야와 응용학문 분야를 엮어서 총체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교토대는 신설학문 즉 최첨단학문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는 세계적인 조류에서 기초학문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초학문과 최첨단학문을 연계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타카미 준코 홍보과장은 “법인화 이후 빠른 연구성과를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하지만 교토대의 전통인 기초학문 분야를 무시한다면 학교의 위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교토대는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을 한데 묶어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타카미 준코 홍보과장은 “교토대는 법인화 이후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들을 묶어 함께 연구를 추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교류 지원에 아낌없는 노력
교토대는 변화의 핵심으로써 국제화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긴다.

교토대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문호를 일찍부터 개방했고 그 이념을 100여년 이상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교토대 학생들을 해외 대학에 파견하고 지원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우수한 해외 연구원을 초빙해 공동 연구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다.

교토대에 재학 중인 순수 해외 유학생 수는 1천300여명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거의 전세계 국가에서 유학생들이 온다. 특히 지난 2007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교환 교수와 교환 학생 수는 미국 666명, 한국 419명 등 총 2천여명에 달했다.

교토대는 지난 2005년 학술교류 중점기구를 설립해 가능한 많은 국가에서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학술교류 중점기구를 통한 다국적 학생들과 교토대 학생들의 교류가 활발하다.

타카미 준코 홍보과장은 "해외 유학생들과 일본 학생들간 교류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교류를 통해 재학생들은 세계 문화를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세계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풍을 보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화 시대에 발 맞춰 가기 위한 국제화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교토대의 연구소들은 ‘공동이용연구소’인데 이는 다른 대학의 연구소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연구성과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교토대는 ‘공동이용연구소’의 개념을 일본 국내 대학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에 있는 대학들로 확장하고 있다.

교토대는 전 세계 28개국 80여개 대학과 학술교류협정도 체결하고 있다. 환태평양지역 16개 국가 42개 대학과 함께 환태평양대학협회에도 가입했다. 한국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지역의 17개 대학이 연계한 동아시아 연구형 대학협회에도 가입해 왕성한 협력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토대는 이들 대학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학의 국제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타카미 준코 홍보과장은 "세계 명문대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학술 및 학생 교류에 앞장서고 있으며 이런 노력들은 세계적으로 교토대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토대는 세계대학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위해 법인화를 선택했다. 전통만을 고수하는 듯 보였던 교토대가 세계로 그 눈길을 돌린 것이다. 법인화로 인한 재정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변화를 선택한 교토대의 활약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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