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놀이 <이춘풍 난봉기>

2001년 필자가 국립극장에서 근무(勤務)하던 시절 ‘극단 미추’의 직원이 찾아왔다.

당시는 MBC가 극단 미추를 상대로 ‘마당놀이’ 상표권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청구한 것에 대해 극단 미추가 ‘상표권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하여 맞대응에 돌입한 시기였다.

즉, 마당놀이 명칭은 1994년 MBC가 상표등록을 했으므로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고, 극단 미추는 “마당에서 하는 놀이”라는 보통명사로 ‘연극’ 같은 예술 장르의 명칭이지, 상표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송은 홍보ㆍ마케팅을 맡은 MBC와 제작·공연을 맡은 극단 미추가 2001년 작품의 방향성에 대한 견해차로 결별하고 각기 공연을 준비하면서 시작되었다.

시사뉴스에 따르면, 미추측 변호사는 마당놀이가 보통명사일 뿐만 아니라, ‘관용표장’에 해당되므로 등록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관용표장’이란,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마크로 이미 식별력을 잃어버린 상표를 지칭한다.

최근의 예로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해당되며, ‘초코파이’의 경우 등록이 무효가 되었다. 그러나 상대측 변호사는 MBC가 마당놀이를 기획했으며, 용어 또한 새롭게 만들고 장르화 시켰다는 것이다. ‘초코파이’는 방치(放置)해서 보편화된 경우인데, MBC는 남용을 미연에 막아서 권리를 보호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결국엔 미추가 소송(訴訟)에서 이겼다.

상표권 분쟁으로 한때 공연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이춘풍 난봉기’를 추천하고자 한다. 지난 29년 간 전국순회공연을 통해 매년 20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수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신선한 형태의 ‘열린 무대’이기 때문이다.

독자 중 마당놀이는 어른용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관객층이 해마다 늘어 20대 연령층의 관객이 28%(2008년 집계)를 차지하여 올드팬의 점유물(占有物)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엄혹한 5공화국 시절, 함부로 수군거리기도 어려울 때 세태(世態)를 절묘하게 패러디해 사람들을 대리 만족시켰던 마당놀이의 ‘세태 꼬집기’가 공연 관람의 백미이다.

고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한 우리 고전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하고 노래와 춤과 같은 연희적(演戱的) 요소들을 동원하여 현대의 사회상과 절묘하게 조화시킨 점에서 꾸준히 많은 호응을 얻어왔다.

같은 작품이 몇 년 주기로 반복되더라도 당시 세태를 반영하다보니 관객들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작품으로 인식되어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또 하나의 볼거리로는 지난 28년 동안 변함없이 무대를 지켜 온 ‘마당놀이 인간문화재’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의 ‘애드리브’이다. 이들 3인이 극의 분위기에 맞춰 즉흥적으로 대처(對處)하는 장면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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