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의 유럽은 어떤 곳이었을까? 데카메론의 보카치오가 살아있던, 르네상스의 낭만과 흑사병의 공포가 공존했던 유럽. 그 유럽이 지금 우리에게 왔다. 기록벽(癖), 이는 이탈리아의 상인 프란체스코 다티니의 성격을 나타내주는 가장 적절한 단어일 것이다.

그가 남긴 14만 통의 편지, 500여 권의 원장 및 회계장부, 그리고 수백 장의 수표, 동업계약서는 중세 유럽의 무역과 중세 유럽의 소시민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프라토의 중세 상인’은 프란체스코의 개인적 편지를 바탕으로 그의 삶을 보여준다.

1부에서 나오는 프란체스코의 인생은 “많이 두렵긴 하지만 항해를 멈추는 뱃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란 그의 한 마디 말로 요약(要約)된다. 그의 성격은 철저하게 개인적이고 계산적이지만 진취(進取)적이다.
그는 항해를 멈추지 않고 돈벌이가 되는 사업은 무엇이든 긁어모으며 자신의 사업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갔다.

책 속에 나오는 그의 기록에는 거래처 사람의 성격,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의 정세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그가 어떻게 프라토의 대상(大商)이 됐는지, 그리고 중세유럽의 상거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알게 해준다.

2부에서의 프란체스코는 한 명의 소시민이자 한 가정의 가장(家長)이다. 2부에서 등장하는 그의 아내 ‘마르게리타’와 그의 친구 ‘라포 마체이’는 그의 소시민적 면모를 보여주는 중요인물로 등장한다. 젊은 아내를 임신시키기 위해 프란체스코는 여러 민간처방을 했지만 그 노력은 허사였다.

그 결과 프란체스코 부부는 26년 동안 별거를 하게 된다. 이같이 문제가 많았던 그의 가정은 그가 상인으로서의 완벽함과는 달리 가장으로서는 서툴고 허술한 존재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2부에서 등장하는 또 한 사람 ‘라포 마체이’. 그는 문제가 많은 프란체스코 집안에 많은 조언을 통해 버팀목과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책 속의 등장인물, 그들의 재미난 연극 속에 중세 유럽 생활상이 어느새 우리의 눈앞으로 다가온다.

고즈넉한 유럽의 성을 보며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 중세 유럽의 실상이 궁금한 사람이 꼭 읽어 봐야할 필독서(必讀書)이다. 파리 1대학에서 서양중세사를 전공한 우리대학 사학과 남종국 교수가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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