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속앓이로 삭혀버리는 삶을 흥의 맥락으로 호소했지요.”

  ‘黃土言語(황토언어)’라는 말이 있다.
  恨(한) 많고 눈물 많은 이 땅위에 가늘게나마 끈질지게 울부짖고 있는 언어가 있으니 그 옛날 민중과 함께 해온 ‘마당극’이라는 것이다.
  백종복(사학1) 君(군). 두툼한 안경테 너머로 보이는 눈에는 대학 초년생답지 않은 성숙함이 있었다.
  ‘이 세상에는 황금으로 만 만사를 해결하려는 者(자), 생산과 분배의 자리에서 제외된 者(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지난 29일 불상앞에서 총여학생회 주최로 벌어진 한 마당극 ‘어머니 해맑은 웃음의 그날 위해’에서 막 벌어 사장役(역)을 맡아 열연했던 백은 記者(기자)와 자리를 함께 하자마자 스스로 말문을 먼저 열어 자칫 질문과 대답이라는 딱딱한 테두리로 일관되기 쉬운 분위기를 따뜻하게 한다.
  ‘첨에 선배권유로 役(역)을 맡고 연습할 때는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앞서 몇 번이고 포기하자는 망설임이 나를 괴롭혔던 것이 사실입니다’ 며 자신의 내성적 성격을 숨김없이 나타내는 모습이 진지해 보인다.
  이번 마당극을 통해 배우고 느낀 나름대로의 생각과 반성에 대해 묻자,
  ‘어렵고 고통 받는 사람들, 그리고 자기네들의 아픔을 단지 속앓이로 삭혀버리는 어두운 삶을 자신의 한 연기자로 대신 맘껏 표현해 내었다는데 우선 후련하고 만족스럽다며’ 상기되어 홍조빛이 되어버린 얼굴을 감추듯 두 손을 얼굴로 가져간다.
  ‘그러나, 대학내에서 행사때마다 벌어지는 놀이패, 마당극이 혹, 흥미위주에 그치거나 예술성이 빈약한 단순 세태풍자로 다른 목적을 위한 인원동원(?)에 이용되는 것은 아닌가하여 아쉽고 안타까운 점도 없지 않다’고 극중에서 性(성)고문을 자행하는 장면에서의 관중들의 폭소는 침묵으로 일관되어 조용해야하는 장면이 되었어야 되지 않겠냐며 마당극의 참의미를 이해치 못하는 학우들의 잘못된 관람시각에 대해서 一針(일침)을 놓는다.
  ‘모든 악의 근원은 모른다는 無知(무지)에서 오며 無識(무식)또한 모든 병의 근원임을 알아야 됩니다’ 계속 이어지는 말투에 어느새 준엄함이 깃든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가며 착하고 정의롭게 살려고 해도 세상물정을 모르는데 어떻게 분별력있는 행동을 할 수가 있겠어요?’라며 손을 또 한번 안경쪽으로 가져간다.
  ‘1학년으로 이제 막 대학생활의 걸음마를 벗어나는 만큼 시간을 갖고 내실을 기하는 자기성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라고 하면서 조금 확대해서 세태를 극화시키고 비화시키는 오류를 범하는 실수투성이의 하찮은 극일지라도 그것을 지켜봐주는 학우들의 진지한 태도는 이러한 모든 모순을 무마시키는 정화력이 있지 않겠냐며 대학문화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마당극의 존속이유를 또박또박 소신 있게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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