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학교 부도 위기... 80년대 스타급 교수 영입으로 급속히 성장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 뉴욕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맨하튼에는 미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뉴욕대학교가 있다. 캠퍼스라는 정형화된 울타리도 없이 길거리에 제멋대로 퍼져 있어 건물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에 언뜻 보기엔 도시의 한 부분 같은 대학교. 그 안에 내재된 강력한 에너지를 표현하기라도 하듯 뉴욕대학교의 상징 보랏빛 깃발은 맨하튼 거리에 펄럭거린다.
뉴욕대는 최근 몇 년간 미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입학하고 싶은 대학 1위를 차지했다.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대학 뉴욕대의 경쟁력은 바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스타 교수들의 존재다. 사실 뉴욕대가 설립되었을 초기에는 뉴욕이라는 매력적인 도시에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던 그저 평범한 대학이었다. 하지만 뉴욕대는 학문적으로 연구 성과가 뛰어난 능력 있는 교수 임용정책을 펴기 시작하면서 교수에 대한 평판을 높였고 곧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됐다.

연구 성과가 좋은 능력 있는 교수들

뉴욕대는 학문적으로 일류급 교수들을 계속 영입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최고의 교수진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지금 뉴욕대 최고의 경쟁력은 ‘연구 성과가 좋은 능력 있는 교수’가 되었다.
회계학과(Department of Accounting)의 학과장인 프레드릭(Frederick D.S. Choi)교수는 “대학교는 학자들(교수진과 학생들)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학교의 명성은 교수진의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대학교가 교수에게 영광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교수가 대학교에 명성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능력 있는 교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뉴욕대는 유능한 교수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우선 능력 있는 교수를 선정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프레드릭 교수는 “우리는 교수들의 잠재력을 보고 영입 여부를 결정한다. 예를 들면 최고 학회지에 그의 논문이 게재될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졌거나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교수를 뽑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뉴욕대는 기준에 맞는 교수를 탐색하고 다른 학교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예일대에서 강의하다 뉴욕대로 영입되어 온 로스쿨 및 철학과의 로널드 드워킨(Ronald Dworkin) 교수는 “철학과의 기반도 튼튼했고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살면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뉴욕대에 오기로 결정했다”며 “로스쿨은 내가 학회를 구성하고 조직하는데 있어서도 유연성을 제공해줘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대한 관대한 재정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는 뉴욕대의 연구지원 덕분에 보다 심도 있는 연구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경제학과의 조셉 포디(Joseph Foudy)교수는 “내가 연구하는 학문에 있어 뉴욕이라는 도시는 최고의 조건을 가졌다. 월스트리트와 세계의 자본주의를 이끄는 많은 회사들이 모여 있어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뉴욕대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뉴욕대가 이처럼 고액연봉, 파격적인 연구지원 등의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교수들을 영입해 오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뉴욕대 교수의 경우 연봉이 약 17만 달러(2억여원)정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또 연구비도 매년 기본적으로 4만달러(4천7백만원)정도가 추가로 지급된다고 한다. 스타인 하트 스쿨(Steinhardt School)의 코헨(Erin Stahl Cohen)씨는 “학과 별로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 과의 경우 단기적 수요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기금을 모집한다. 교수를 채용할 때 드는 비용도 이에 포함된다.”며 “학장의 특별한 요청 없이는 교수 채용만을 위해 따로 기금을 모집하지는 않지만 개인이나 재단으로부터 모인 기금은 스타 교수들이 다른 학교로 영입되는 것을 막을 때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타인하트 스쿨의 경우 7명의 교직원들이 각각 파트를 나눠서 조직적으로 기금모집을 하고 있으며 일 년 간 약 10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까지를 목표로 모금을 한다.
뉴욕대는 기금을 낸 동문을 비롯한 기부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준다. 일년 동안 기부자들을 초대하여 특별 이벤트를 여는 등 기부자들에 대한 대우도 뛰어나기 때문에 기금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며 학문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지닌 교수들을 하나둘씩 끌어들이면서 뉴욕대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나갔다. 학문적인 서열이 높아져 학과자체가 관심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교수들의 존재는 학교 자체가 여러 가지 유리한 변화를 만드는 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철학과의 경우, 1970년대에는 재정적인 위기로 인해 박사(PH.D)과정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90년대 중반엔 다시 박사과정을 시작하려고 하면서 잘 알려진 다양한 철학자들을 교수로 임용해야만 했다. 그 결과, 지금은 명실상부한 넘버원의 학과로 거듭나게 되었다.
현재 뉴욕대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영환 학생은 “유능한 교수들이 학교에 많다는 것은 학교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뉴욕대를 찾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하며 교수들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를 가지고 오는 능력 있는 교수의 영입은 많은 학생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연구가 지식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연구 중심의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학교의 교수가 새로운 지식의 선두주자가 되는 동시에 그러한 지식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하기 때문에 유능한 교수의 영입에 대해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프레드릭(Frederick D.S. Choi)교수는 전했다.
또 뉴욕대는 학문적으로 연구 성과가 좋은 교수들뿐만 아니라 실무 경험이 풍부한 능력 있는 교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실무에 임할 때에 큰 도움을 주는 교수로 뉴욕대 성장의 큰 원동력이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능력 있는 교수들

뉴욕대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질 높은 수업을 받는 것,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실무에 나가서 직접 적용시킬 수 있도록 돕는 수업이라고 여겼다. 그렇기에 그 분야의 학문 연구 성과에 한 획을 그은 교수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로 뽑히는 사람들, 즉 풍부한 경험이 있는 교수 임용에도 힘썼다. 한 분야에 전문적인 경험과 화려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있어선 최고의 교수로 꼽힌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수업방식을 자랑한다.
프레스톤 로버트 티시센터(The Preston Robert Tisch Center for Hospitality, Tourism, and Sports Management)의 관광스포츠경영학과의 도나 콰드리(Donna Quadri)교수는 수업을 잘할 뿐만 아니라 뉴욕시 호텔에 있는 최고 경영자들을 모두 알고 있어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교수로 평가받고 있다. 콰드리교수는 교수가 되기 전에는 뉴욕시의 큰 호텔인 Loews Hotels Corporation에서 Sales Marketing의 일을 했다. 그는 “내가 교수가 되기로 결심한 건 이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뉴욕대는 뉴욕시의 중심에 있어 유리한 장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에 연구 환경이 뛰어나다”고 말하며 뉴욕대 교수가 되던 날을 떠올렸다.
실무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다가 교수가 된 그의 수업은 조금 남다르다. 이론만을 위한 교과서 위주의 수업이 아니라 이를 실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현재 뉴욕시 호텔의 상황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 호텔들이 어떻게 마케팅을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수업시간에 나눈다.
그를 통해 이론과 실제 사이의 괴리를 조금씩 줄여나가도록 하는 것이 수업시간에 가장 신경 써서 가르치는 부분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론을 설명하고 이것이 적용되는 실제의 예를 보여줌으로써 학생들 스스로가 비판적인 사고를 하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다”며 이론과 실제 둘 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실제로 이러한 수업방식은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경험이 많은 그 분야의 전문가의 수업을 통해 현실에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으며 교수들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면서 수업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콰드리 교수가 학생들이 실제의 업무를 익히도록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인턴십이다. 인턴십은 수업시간에 배운 이론들을 스스로 실제에 적용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어서 많은 학생들은 인턴을 하려고 열을 올린다. 콰드리 교수는 자신의 인맥을 통해 학생들이 손십게 인턴십을 접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학생들을 추천한다. 더 나아가서는 취직을 할 때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의 대학들과는 달리 뉴욕대에는 인턴십 추천이 활발한데 그 이유는 교수와 학생들 사이의 친밀함도 한 몫을 했다.

빼놓을 수 없는 자랑, 티시스쿨

뉴욕대가 자랑하는 경쟁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뉴욕대의 예술대학 티시스쿨(Tisch School of Arts)은 세계최고라는 명성을 듣고 있다. 티시스쿨은 영화, 연기, 실용음악과, 댄스 등 6개의 학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영화와 연기 분야는 첫 손가락에 꼽힌다. 우디 앨런과 마틴 스콜세지 등 세계적인 감독과 안젤리나 졸리, 애덤 샌들러, 우피 골드버그 등 스타 배우들이 티시스쿨 출신이다.
티시스쿨이 이러한 명성을 갖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느 방송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놀랄만한 좋은 장비시스템, 다른 학교보다 월등히 강한 티시스쿨 인맥, 뉴욕시에 위치하여 인턴십과 같은 실무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기회가 많다는 점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 중 손에 꼽히는 차별화는 기초학문이 강하다는 점과 훌륭한 졸업생들의 지원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예술대학 학생의 경우 예술적 감수성은 풍부하지만, 인문학적 소양에서는 뒤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다. 그렇지만 뉴욕대의 티시스쿨은 여느 예술대학과는 달리 포트폴리오뿐만 아니라 성적도 입학 시에 굉장한 영향을 끼친다.
성적만 좋다고 해서 합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포트폴리오가 뛰어나다고 해서 입학의 길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예술대학의 학생이라고 해서 공부를 소홀히 한다는 편견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티시스쿨은 기초학문에 대한 커리큘럼이 엄격하게 짜여있다. 졸업하기 위해서는 128학점 중 전공을 56학점 이상을 들어야 하고 나머지 중 44학점은 기초교양과목을 들어야한다.
1학년 때에는 필수과목으로 creative writing이라는 수업을 듣는데 그림, 공연을 보고 또는 글을 읽고 그를 종합해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필을 써야한다. 한 학기에 3-4개 정도의 수필을 쓰게 되는데 1학기에 한 번씩 두 번을 듣게 된다. 또한 나머지는 인문계 자연계를 두 분류로 나눠서 그 분야에 맞는 역사학, 지리학 등을 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 학기에 적어도 교양과목을 한 두 개 이상은 이수해야 하는 것. 이렇다보니 영화과를 전공한다고 해서 영화만 하는 것이 아니다. 티시스쿨의 영화과에 재학 중인 박지혜 학생은 “사실 영화과 수업의 경우 수업 한 번에 6시간 이상을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기 때문에 게을러질 수 있다. 하지만 교양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틈틈이 책도 읽어야 하고 계속 공부도 해야 해서 쉴 틈이 없다”고 말한다. 티시스쿨엔 복수전공(Double Major)을 하는 학생도 많다. 반 이상의 학생들이 사회학, 영문학 등 전공 이외에도 다양한 학문 분야를 공부한다.
티시스쿨의 또 다른 지원군은 바로 학생들 뒤에서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훌륭한 졸업생들이다. 유명한 졸업생의 존재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졸업생으로서 자신의 모교에 많은 애착을 가지며 도움을 주고 있다. 한 예로 러시아워의 감독인 브렛 레트너 감독의 이름으로 된 장학금이 있을 정도이다. 기부금 또한 많이 내는 편이다. 매년 티시 갈라라는 공연 겸 파티가 열리는 데 이때에는 많은 졸업생들이 참여하여 공연도 즐기면서 기부도 하며 인맥을 쌓기도 한다.
또한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후배들의 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한 학기에 5-6번 정도 수업시간에 아무런 공고 없이 깜짝 방문으로 찾아와 수업 관람을 하기도 한다. 그 날 수업에 들어와서 후배들의 작품에 대해 평을 해주고 조언이나 충고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가끔은 강연도 하여 많은 학생들이 그들을 보며 꿈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때에는 선배들이 만든 영화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이에 대한 보수는 없다. 모든 것이 학교에서 부르는 것이 아닌 교수들의 인맥, 예를 들면 교수가 가르쳤던 학생의 자격으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초학문에 대한 탄탄한 교육’과 ‘뉴욕대를 졸업했다는 자부심을 가진 훌륭한 졸업생들의 특별한 지원’이 있는 뉴욕대 티시스쿨의 미래는 밝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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