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과 손석희 - 두 사람의 하차(下車)는 보수진영에 득이 될까. 그럴 것 같진 않다. 보수진영의 반응이 이를 방증(傍證)한다. 두 사람의 갑작스런 하차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수신문은 한나라당의 ‘10·28 재보선 결과’ 패배를 분석한 기사에서 김제동 씨 하차를 언급하기도 했다.
왜일까. 이유는 하나다. 인지도와 호감도, 영향력 면에서 김제동은 ‘좌우’ 상관없이 대중의 폭넓은 지지(支持)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송인에 정치적 잣대를 씌워 ‘퇴출’ 시키면 일반 대중이 지지를 보낼까. 천만의 말씀! ‘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는 사람을 ‘적’으로 만들었을 때 그 결과는 자명하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과 조선·동아의 김제동 퇴출(退出)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제동이라는 인물을 보며 ‘정치’를 연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때 서울시청 앞에서 노제 사회를 보고, 이런저런 사회적 발언을 해오긴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김제동을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방송인으로 기억한다. 그런 점에서 KBS ‘일부 간부들’은 대중의 정서를 읽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손석희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웬만한 연예인과 정치인을 능가한다. 무엇보다 그는 영향력 면에서 다른 누구보다 압도적 우위(優位)를 자랑한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그는 경쟁력 1위의 언론인이다.
이런 두 사람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병순 KBS 사장과 엄기영 MBC 사장은 그런 결정을 내렸다. 이유가 뭘까. 여러 해석이 있지만, 권력(權力)에 대한 언론의 자발적 충성으로 보는 게 타당한 것 같다.
이병순 사장은 오는 11월 임기가 끝난다. 연임을 노리는 이 사장 입장에선 사활을 걸어야 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압박을 받고 있는 엄기영 사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뉴라이트 성격이 짙은 방문진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으려면 ‘MBC 보수화’라는 카드를 어떤 식으로든 관철시켜야 한다. 김제동과 손석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가 아닐까.
하지만 두 사장의 선택은 실패(失敗)할 가능성이 높다. 대중에 대한 호감도와 영향력 면에서 이병순·엄기영 사장보다 김제동· 손석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시청률 잘 나오는 연예 프로그램 진행자를 ‘정치적인’ 이유로 끌어내릴 때, 인지도와 영향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언론인을 특별한 이유 없이 교체할 때, 대중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재미와 오락을 빼앗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조선·중앙일보가 지지하지 않는 김제동 교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마저 비판한 손석희 교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렵다. 이병순·엄기영 사장의 이번 결정은 스스로에게 자충수이고, 결국 부메랑이 될 확률이 높다. ‘김제동과 손석희 vs 이병순과 엄기영’의 최종 승자(勝者)는 결국 김제동과 손석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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