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기념사업회 발족, 봉산산방 복원, 미당 문학제 등 잇따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시(詩)로 구현하고, 20세기 한국 문학(文學)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가능성을 연 당대의 서정시인 미당 서정주(1915~2000). 젊은 시절의 친일 문학 행적과 5공화국 지지 등으로 비판(批判)과 논란의 대상이 돼 왔던 미당 서정주 시인에 대해 최근 그의 문학적 성취(成就)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기념사업회 발기대회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지난 20일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문학평론가 이남호 고려대 교수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미당 기념 사업회’ 발기인대회를 갖고 미당 서정주에 대한 재평가를 위한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표명했다. 미당 선생의 제자이자 이 사업회의 총무인 윤재웅 교수(국어교육)는 이와 관련하여 “이번 사업회의 구상(構想)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여론(輿論)의 분위기상 미당 기념 사업회를 출범(出帆)시킬 수 없었다”며 “지금은 사회적인 분위기나 여론이 좋아져 이를 계기로 발기인대회를 갖고 본격적으로 미당 재평가 사업에 주력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미당 서정주 선생의 친일 행적(行蹟)이 부각돼 7차 교육과정 개정 중에 미당 선생의 시가 국어 교과서에서 배제(排除)되었다. 미당의 단점이 지나치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윤재웅 교수는 “미당의 재평가란 미당 선생의 친일 행적을 덮어주자는 것이 아니라 미당 선생을 오직 친일파라고 여기는 일방적 시각에서 벗어나 그의 문학적 성과를 인정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내년 10주기 맞아 다양한 행사

‘미당 기념 사업회’는 내년 미당 10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우선 ‘미당 기념 사업회’가 추진하는 것으로는 미당문학제의 활성화다. 미당문학제는 미당 서정주 선생의 시 정신을 기리고자 매년 진행되던 행사이다.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열릴 올해 미당문학제에는 고창군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치러질 예정이며 신경림, 김언, 문태준 시인 등 많은 문인들이 참석한다. 특히 신경림 시인의 참여는 최근 미당 문학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경림 시인은 “미당의 작품은 그의 친일행태와 구별해서 논의돼야한다. 친일행태를 이유로 그의 문학적 성취를 무시한다면 우리 시문학사는 가난을 면치 못한다” 밝힌 바 있다.


봉산산방 복원해 문화시설로

‘미당기념사업회’는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위치한 미당 선생의 고택 보존 및 문화복합시설 유치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고택 개보수 공사가 끝나면 인근주민들이 문화 활동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북 카페, 학술 세미나실 등 문화복합시설을 유치할 계획”이라며 “새롭게 태어난 ‘미당 서정주의 집’에서 시낭송 대회, 학술 세미나 등 인근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고 언급했다.
한편, 오는 2010년 미당 서정주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미당기념사업회’는 미당 아카데미 및 국제 학술대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당 아카데미는 우리대학 교양교육원과 연계하여 미당의 작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학생들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미당의 작품을 소개하는 교양 강좌로, 미당 서정주 선생의 10주기인 내년에 개설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한다.
현재 윤 교수는 미당 선생의 명시(名詩)를 재 해설한 미당전집과 미당문학사전을 집필 하고 있다. 그는 “미당의 명시를 고급한 문체로 해설하여 일반 대중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이라며 일반 대중들에게 미당 서정주 시인의 작품이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 해설집은 내년 미당 선생의 10주기에 맞춰 출간(出刊)할 계획이다.
‘미당기념사업회’는 미당 문학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오는 12월 23일 발족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조직위원회와 회칙을 꾸리고 미당전집과 미당문학사전 출간, 미당문학회 발족 등을 준비한다고 한다.
20세기 한국 문학의 거장, 시의 정부(政府) 등 문학계에서 다양한 찬사를 받아온 미당 서정주 선생. 과거의 행적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한국 문학계에서의 업적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덮여있던 그의 문학적 성과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으로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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