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멱살을 흔든다.
유리창이 휘청거리며 낄낄대고
아. 모기장을 관통한 찬 바람.
창을 닫고 관건을 채운다.

불현 듯 잠 깬 새벽.
新婚(신혼) 2층3號(호) 창문에선
눈부신 백설이 투망처럼 떨어져
도란 도란 아스팔트가 쫑긋 귀를 세운다.

내 창엔 수척한 그림자가 누웠을 뿐.
몰래 자라는 손톱처럼
어느새 秋分(추분)까지 기어간 밤의 키.

손톱을 깎아낸다.
한 계절 내가 삼킨 하늘은
어서 새 살로 돋아나거라.

달아 내 손톱 밑으로
얼굴 내 건 初生(초생)아
어서 돋으렴. 응혈의 독기일랑 거두고,
어서 돋아나렴. 내 손톱에 꼭 맞는 미소하나,

어젠 새벽, 손톱을 깎다가
자칫 살점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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