俗物的(속물적) 가치속에 허덕이는 人間像(인간상) 통렬히 그려내

  개다리 小盤(소반)위에 놓인 한 켤레의 짚신위로 조명이 비친다. 5명의 출연자들이 무대 위에서 팽팽팽 꼬리를 물고 돌아간다.
  이렇게 시작되는 풍자만화演劇(연극) ‘팽’(朴栽緖(박재서) 작, 김태수 연출)을 보고 난 느낌은 한마디로 그 이름만큼이나 재미있다는 것이다.
  연극은 살아있는 사람들에 의해 무대위에서 연기되는 그 무엇이기에 현장성, 극장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지금까지 3차례 공연을 가졌던 연극 ‘팽’은 이번 4차 공연에서는 이러한 연극의 특성과 함께 놀이성을 강화하였다.
  ‘팽’은 변동이 심한 현대산업사회에 있어서의 가치관의 혼란이라는 문제를 마당극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데, 그 가치관의 혼란속에서 출세, 교육, 이민, 간통 등의 문제가 뒤엉켜 있다.
  연탄장사를 하는 주인공 ‘팽철학’의 哲學(철학)은 우리 사회에 전염병처럼 만연된 한탕주의, 일확천금주의이다. 어느 날 그는 평소의 자기희망을 들어줄 알라딘의 요술램프와 같은 ‘짚신’이라는 귀신을 만나게 되는데, 1천3백억 원이라는 天文學的(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짚신’에게 요구한다. 귀신은 그 돈을 얻기 위해선 35년의 시간과 피땀어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간곡히 설득한다.
  하지만 拜金主義(배금주의)에 푹 젖어버린 ‘팽철학’은 지금 당장 1천3백억을 가져야 한다며 돈과 미모, 학벌의 3박자를 고루 갖춘 ‘허명화’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떼를 쓴다. 결국 주위의 사람들을 祭物(제물)로 하여 ‘허명화’와의 결혼에 성공하여 천금을 손에 쥐게 된 ‘팽철학’.
  그러나 그가 성취한 것은 한날 一場春夢(일장춘몽)에 불과한 것이었다. 꿈에서 깨어나 다시 연탄장수의 신분으로 돌아온 것이다.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잔인한 인간에게 있어서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양심이란 하나의 비누방울 같은 장난거리에 지나지 않는 이 시대의 현실과 인간의 허황된 요행심리를 연극 ‘팽’은 아프게 꼬집고 있다.
  관객들을 기자회견에 참석한 記者(기자)로 설정해놓고 요즘의 화제거리인 북한의 금강산댐에 대한 대책을 관객들로부터 듣는 시도는 공감대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으로서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또한 대사속에서 비수처럼 튀어나오는 현실풍자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고발해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玉(옥)에도 티가 있듯이 간간히 엿보이는 진행상의 느슨함은 지리함을 남겨 주었고, 삼신할미의 등장은 단지 흥미만을 배가시키려는 의도로 밖에는 보여지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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