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경제학과 최성주 교수 인터뷰

▲UCL 경제학과 최성주 교수

“영국에선 교육이 대학만의 몫이 아니다. 사회전체가 교육에 대한 책임이 있다”

UCL 경제학과 최성주 교수는 영국 교육을 한마디로 이렇게 얘기했다. 최성주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미국 뉴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얻었다. 그리고 2006년 UCL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임용되기 전, ESRC라는 영국 경제, 사회 조사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UCL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최 교수는 “ESRC와 같은 학술재단은 한국으로 보면 학술진흥재단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계열별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학술재단이 있다. 이런 재단에서 받는 연구비가 대학 전체 예산의 30%정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스템은 교육, 연구의 몫이 대학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그는 “교육은 균등한 기회 보장과 공공성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영국인들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학 역시 대부분이 국₩공립이다”라고 말했다.

HEFCE(고등교육재정위원회)는 실제로 한 해 1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대학평가결과에 따라 국·공립대학에 분배한다. 감사와 예산 편성 등을 통해 대학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에 공립학교 출신학생의 입학비율을 공시토록 하고, 저소득층 거주지 출신 학생을 선발할 경우 그 수에 따라 추가로 재정지원을 해주도록 했다.

정부차원의 연구비지원은 투명성 확보뿐만 아니라 연구의 안정화에도 기여한다고 한다. UCL은 연구비 지원 등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한다. 최 교수는 “임용, 재임용될 때 대학과 교수가 계약을 맺는다. UCL은 계약에서 연구비 지원에 대한 부분이 명확히 나온다. 이것이 교원의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 한국대학에서 이것이 미흡하다. 연구비 지원이 대학의 재정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UCL은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히 함으로써 연구를 지속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건물이 대게 그렇지만, UCL의 건물은 오래된 건물이 많아 보였다. 어디를 가든 조금씩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영국대학 내부에서도 교원숫자를 늘리는 대신 건물신축이나 연구비 지원에 예산을 쓰자는 논의도 있었다고 한다.

최성주 교수는 이에 대해 “영국대학은 정부와 기업의 연구비 지원이 어느곳보다 활발하다. 그래서 교원의 확충과 건물신축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지는 않다”며 “하지만 UCL은 교육의 질에 신경 쓰려는 것 같다. 훌륭한 교원을 초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UCL 예산 지출의 60%는 각각 4천 명에 달하는 교원과 직원의 인건비다. 면담수업에 대해선 과제물에 대한 첨삭과 튜터들의 심화학습을 면담수업의 포인트로 꼽았다.

최 교수는 “면담수업은 매주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격주로 진행되는 면담수업도 있다. 경제학과의 경우, 교수가 정규수업에서 내줬던 문제들을 튜터들이 같이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튜터들이 정규강의의 중요한 주제에 대해선 깊이 있게 가르쳐주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첨삭지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면담수업은 첨삭제도가 생명이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첨삭을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지적받고 고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학에서 면담수업이 가능하기 위해선 어떤 것이 우선돼야 할까.

최성주 교수는 튜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대학원생을 늘리는 것이 필수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원생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대학원생은 처우개선을 통해 수를 늘려야 한다. UCL은 대학원생과 학부생의 인원이 큰 차이가 없다. 면담수업이 가능한 것도 박사과정의 대학원생을 튜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원 학생들이 면담수업의 튜터로서 나서면 훌륭한 강사를 선발하는 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UCL에선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단체만도 수십 개다. 각 학술재단과 HEFCE(고등교육재정위원회), 정부기관, 동문 장학금 등으로 30%가 넘는 대학원생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

교육에 대해 사회 전체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영국, 그리고 UCL. ‘배워서 남주기’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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