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사회내의 비리나 비밀이 폭로되는 과거의 화장실 낙서문화는 현재 인터넷 익명게시판의 성격과 비슷하다. 익명성은 실명으로 거론되지 못하는 것들을 적나라하게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동국대학교 커뮤니티인 디연의 익명게시판을 보면 비방(誹謗)과 욕설(辱說)이 난무한다. 성적인 글은 물론이고, 학과의 분열을 조장하는 글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성인이며 성인인 대학생들이 가입하여 활동한다는 커뮤니티에서 일어나고 있는 낯부끄러운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동국인들의 몰지각함이나 운영자들의 무능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일부 익명성에 기대어 자신의 욕구를 분출하려는 회원으로 인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는 꼴이다.
다른 대학교의 커뮤니티에는 진지한 익명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또한 진지한 댓글이 달려있다. 이화여대 커뮤니티인 이화이언의 예를 들면, 남자친구와의 성관계에 대한 질문이 올라오고 다른 유저들은 진지하게 그에 대한 댓글을 단다. 어느 누구도 대충 지껄이고 가버리는 경우는 없다. 같은 대학교 커뮤니티 내의 아주 다른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서는 볼 수 없는 교수에 대한 정보나, 학교 내의 부당한 사실, 대학생으로서의 진지한 고민, 예컨대 취업이나 이성문제 등을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익명공간을 위해서 동국인의 주의가 필요하다. 무심코 내뱉은 한 줄의 댓글이 정보교환의 장인 커뮤니티의 존폐(存廢)를 결정할 수 있다.
디연은 동국인의 인연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온라인상의 소통공간이지만 각자를 위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이다. 만 삼천 동국인의 소통공간을 개설하고 운영해가는 입장에서 디연이 조금 더 진지하고 신사적인 방향으로 발전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