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인터넷문화와 잘못된 애국주의가 결합된 것이 2PM 재범 사태

‘말죽거리 잔혹사’(2004)의 인상적인 대단원에서 현수(권상우)는 분노와 눈물이 뒤범벅된 목소리로 절규한다.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극언(極言)이 어떤 사연을 함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분위기, 뿐만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는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다고 해도 좋을 법한 어떤 트라우마에 관해 정곡을 찌르고 있는 이 정교하게 연출된 대사에 대해서, 왜 전혀 분노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것인가?

이것 또한 지금의 “우리나라”를 형성하고 있는 주요한 역사적·문화적 경험에 관한 중대한 폄하가 아닌가? 뿐만 아니라 일대다(一對多)의 격투에서 만신창이의 승리를 거두는 지독히 남성적인 파토스 및 이에 근거한 현수 자신의 전투적인 성장의 모범이 이소룡 즉 브루스 리라는 중국계 미국인에게 두어져 있다는 것은 (그가 진추하와 아바를 향수했던 경험과 함께) 실은 그 자신의 내면이 70년대 한국에 거주하는 코스모폴리탄 내지는 문화적 혼종성에 의해 정초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은 아닌가? 그가 대한민국의 학교와 사회를 비속한 언어로 모욕한 것에 대해 네티즌+언론은 왜 공습을 감행하지 않았던 것인가?

오히려 개봉 이후 지금까지 널리 회자되고 또한 무수하게 패러디하고 있을 만큼 공감을 얻거나 또한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분명 기이한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이것은 최근 2PM의 멤버 재범이 과거 친구의 마이스페이스에 남겼던 글을 두고 네티즌과 언론이 협력하여 융단폭격을 가한 사태를 빗대어 냉소적으로 말해 본 것이다. 연예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생활하고 있던 한국계 미국인 청소년이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면서 경솔하게 배설한, 속어로 가득한 몇 문장, 그 중에서도 특히 “korea is gay....i hate koreans.”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보면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와 크게 다를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말”에 대한 반응이 이처럼 극명하게 대립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지적되듯이 단지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허구 대 재범과 2PM을 둘러싼 현실 또는 인종과 국적에 있어서 순수한 한국인 주인공에 대한 일반적인 호의와 비한국인으로 규정되는 타자에 대한 대중의 적대 등등의 가시적인 맥락의 차이 때문만은 아닐 터이다.

여기에서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한쪽은 지속적으로 향유되었지만, 다른 한쪽은 거센 비난과 분노를 불러왔다는 식의 차이에 지나치게 구애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인 일반이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표상에 관한 애증의 양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중의 사례이다.

뿐만 아니라 전혀 상반된 관점에서 대한민국 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어떤 “암흑의 핵심”을 지적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한민국을 몸과 마음을 다해 헌신할 만한 가치를 지닌 조국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but eveyone thinks i'm like illest rapper wen i suck nuts at rappin...so dass pretty dope”이라는 말에 어째서 우리가 “열폭”하게 되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와 “korea is gay”는 그것을 조망하게 하는 서로 다른 관점이자 계기이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그 관점 간 필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간극 내지는 사이를 횡단하는 시차적 이동(parallax shift)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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