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은 교수 “악순환되는 난쏘공의 모습 담고 싶었다”

쇠망치를 든 사람들이 집을 쳐부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달라붙어 집을 쳐부수었다. 어머니는 돌아앉아 무너지는 소리만 들었다. 북쪽 벽을 치자 지붕이 내려앉았다. 지붕이 내려앉을 때 먼지가 올랐다’
강제 철거(撤去), 그리고 강제 철거를 당하는 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동안 지켜본 여성 사회학자가 있다.

1986부터 그녀는 ‘제 2의 광주사태’라고 비유될 만큼 폭력적, 비인간적인 양상의 강제 철거 현장에서부터 2008년 재개발이 이뤄진 현재까지 약 22년의 시간을 ‘사당동 더하기 22’라는 80분 영상(映像)에 담아냈다.

최근 그녀는 80분 영상 내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4시간 영상으로 새로 편집해 철거민 가족의 모습을 더욱더 진솔하게 담아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다큐 ‘사당동 더하기 22’의 감독인 우리대학 조은 교수(사회학과)이다.

지난 19일 4시간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된 ‘사당동 더하기 22 디렉터스 컷: 돌고 돌고 또 돌고(이하 사당동더하기 22 디렉터스 컷)’는 상암동 시네마테크 KOFA에서 첫 상영됐다. 첫 상영 후 그녀는 4시간 버전으로 탄생한 ‘사당동 더하기 22 디렉터스 컷’에 관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4시간 영상으로 새롭게 편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조은 교수는 “국회에서 상영된 사당동 더하기 22를 본 한 기자 분이 22년이란 기록의 진정성을 80분에 담아내기에는 너무 짧지 않느냐라는 조언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조은 교수는 학생들에게 86년 사당동 철거에 대해 막연히 이야기를 해주는 것보다는 그 당시 현장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더 사실적으로 와 닿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영상화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당동 더하기 22’는 1986년부터 2008년까지 조은 교수가 사당동 철거재개발현장연구로 처음 만난 정금선 할머니 가족의 모습을 22년간 기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금선 할머니는 철거민의 역사를 고스란히 경험한 인물이다.

고향 부산에서도 철거촌에 살았었으며, 상경해서도 용산, 상계동, 사당동 등 정착했던 곳마다 철거를 당했다. 정금선 할머니는 철거를 당한 주민들 중 유일하게 상계동 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지만, 입주 후에도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이 다큐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공공근로를 하는 정금선 할머니, 일일노동자인 아들, 20대인 손녀와 손자들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빈곤의 악순환이 어떻게 세습되는지 시사한다.

4시간으로 새롭게 편집된 ‘사당동 더하기22 디렉터스컷’은 ‘사당동 더하기 22’에 비해 강제 철거와 관련된 사진과 녹취, 인터뷰 영상이 더 첨가되어 22년의 기록을 여유롭게 풀어냈다.

더불어 기록성, 연구자들을 염두하고 편집된 사당동 더하기22 디렉터스 컷은 엔딩 부분에 있어서도 80분 ‘사당동 더하기 22’와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조은 교수는 ‘사당동 더하기 22’와 ‘사당동 더하기 디렉터스컷’을 둘 다 보기를 관객들에게 권했다. 서사 방식, 구성의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눈여겨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학자로서의 문제의식, 호기심 그리고 감독으로서의 고민이 담긴 4시간의 ‘사당동 더하기 22 디렉터스컷’은 사회 속 은폐(隱蔽)된 철거민들의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리고 그들에게 냉혹한 현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삶에 위로가 되고 싶었다는 말로 관객과의 대화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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