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魚寺(만어사)를 통해본 경상도 사찰구조 調査記(조사기)

◇글 싣는 차례
1. 연재를 시작하며
2. 충청지방에 있어 백제권 문화
3. 전라지방의 역사와 지명관계
4. 강원도 일대의 민속자료
5. 경기도일대의 전래동화
6. 경상도의 사찰구조 및 현황
7. 연재를 마치며


  萬魚寺(만어사)는 경상남도 밀양군에 있는 山寺(산사)이다. 慈成山(자성산)의 중복에 있는 비교적 평탄한 곳을 택하여 석축을 쌓고 정지하여 寺城(사성)을 마련하였다. 창건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 1기와 조선조 후기의 대웅전, 삼성각, 미륵전등이 있다. 삼국유사 권제3 魚山佛影(어산불영)조에 萬魚寺(만어사)에 관한 기록이 있다.


Ⅰ. 창건

  萬魚寺(만어사)의 시창은 유사에 인용된 ‘古記(고기)’에 ‘그 곁에 가라국이 있었다. 옛날 하늘에서 알이 바닷가로 내려 와 서 사람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니 이가 바로 首露王(수로왕)이다. 이 때 국경 안에 玉池(옥지)가 있었고 못 속에는 독룡이 살고 있었다.
萬魚山(만어산)에 나찰녀 다섯이 있어서 독룡과 왕래하면서 사귀었다. 그런 때문에 때때로 번개가치고 비가 내려 4년동안 오곡이 되지못했다. 왕은 주문을 외어 이것을 금하려 했으나 금하지 못하고, 머리를 숙이고 부처를 청하여 설법한 뒤에 나찰녀는 5계를 받아 그후로는 재해가 없어졌다. 때문에 동해의 물고기와 용이 마침내 화하여 골속에 가득찬 물이 되어서 각각 쇠북과 경쇠의 소리가 났다 하니 이 기록에 의하면 가야국은 수로왕 5년(A.D.46)에 불교를 수입하고 萬魚寺(만어사)의 창건이 또한 수로왕때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신빙성이 없다.
  다시 ‘유사’에서는 ‘大定十二年庚子 郞明宗十一年也 始創萬魚寺 (대정십이년경자 낭명종십일년야 시창만어사)’라 하였는바 大定(대정)은 金(금)나라 世宗(세종)때의 연호인데 大定十二年(대정십이년)과 고려의 明宗十一年(명종십일년)은 간지법의 庚子年(경자년)과 맞지않아 고쳐보면 大定二十年庚子 卽明宗十年(대종이십년경자 즉명종십년)이 되며 萬魚寺(만어사)의 창건은 서기 1180년이 되는 셈이다.


2. 삼층석탑

  객사의 동편에 있는 석탑은 화강석제로 단층기간 위에 3층의 탑신을 갖추었다. 기단의 지대석은 4매로 되고, 면석도 4매인데 큼직한 우주가 있다. 기단위에 갑석부연과 상대갑석이 있고, 그위에 2단의 옥신괴임이 있다. 탑신부는 옥신과 옥계가 각각 1석으로 제작되었는데 옥신에는 각층마다 우주가 있을 뿐 장식이 없으며 옥계받침은 3단이다. 상륜부는 보주형의 석재만 있으나 이것은 근년에 탑을 보수할 때 보완한 것이다. 지대석의 1변의 길이는 1.82m이며 현재의 탑높이는 3.7m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단아한 품을 지닌 12세기 후반의 것으로 추정된다.


3. 萬魚石群(만어석군)

  산정부근에서 시작하여 석탑의 옆을 지나 큰 계곡을 메우는 크고 작은 흑록색의 화강석괴들은 지질시대에 용출됐던 것으로 보이며, 모두 모서리가 마모되어 냇돌과 같으니 신기한 일이며 또 그중 많은 돌들은 경질의 물체로 두들기면 금속 소리를 낸다.
  전기한 ‘古記(고기)’에 ‘萬魚山(만어산)은 옛날의 慈成山(자성산) 또는 阿耶斯山(아야사산)이다. 아야사는 摩耶寺(마야사)라 해야할 것이다. 즉 고기(魚)를 뜻함이다.’라하여, 산의 이름과 뜻을 설명하고 또 ‘부처의 설법을 들은 동해의 고기와 용들이 마침내 화하여 골속에 가득찬 돌이 되어 각기 쇠북과 경쇠의 소리가 난다’하였고 寶林(보림)의 장주에 ‘강가에서 구름 기운이 산마루에 가까이 이르는데 그 구름속에서 음악의 소리가 난다’하였으며 可字?(가자극)의 ‘관불삼매경’에는 ‘부처가 바위 위를 밟으니 문득 금옥소리가 난다’ 一然(일연) 스님도 ‘골속의 돌의 3분의 2는 모두 금과 옥의 소리를 낸다’하였다.
  골속에 충만한 이 돌들은 ①고기와 용의 화신 ②부처님의 설법 ③찬불가라 할 수 있겠으니, 먼저 원문에서 보는 것 같이 부처의 설법을 듣고 감동한 동해의 고기와 용들이 골속에 가득한 돌이 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으며, 둘째로는 만주어, 몽고어로 고기를 ‘마리’로 발음한다 하니 우리나라의 ‘말’과 닮았다. ‘유사’의 二惠同塵(이혜동진)조에 원효와 혜공이 같이 놀다가 대변을 보면서 혜공이 ‘당신이 눈 똥은 내가 잡은 고기일 것이요’하면서 원효를 놀려주는데 여기에서도 고기는 말의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고기는 말이며 부처님의 설법인 셈이다. 셋째로 黃魚(황어)는 범패로서 부처님을 찬탄하는 창 또는 歌詠(가영)이다.
  범패의 종장을 魚丈(어장)이라 하고 돌로 만든 고기북을 石魚(석어)라고 부른다. ‘구름 속에서 음악 소리가 난다’ ‘금과 옥의 소리’ ‘각각 쇠북과 경쇠의 소리가 있다’와 같이 우렁찬 찬불가와 음악이 萬魚山(만어산)에 메아리 치고 있다.
  이상을 간추려 보면 萬魚石(만어석)은 부처님을 모신 중생들의 모습이며, 진리의 설법이며, 부처님을 찬미하는 합창들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상들이 충만한 萬魚(만어)의 산이며, 靈山(영산)인 것이다. 인도에서는 고기를 성스러운 동물로 생각하고 있으며 고래로 紋章(문장)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고 석가여래의 생모도 마야부인이라 했다.


4. 미륵전과 미륵불

  萬魚石(만어석)들이 흘러내리다가 주춤하는 곳에 터를 잡아 석축으로 기단을 쌓고 그 위에 2층으로 건립한 목조건축은 하층의 전면이 4칸이며 상층은 규모가 축소되어 2칸을 이룬다. 이 미륵전의 내부에는 미륵불상이 봉안되어 있어야 하는데 뜻밖에도 높이 5m, 나비 6m 되는 백색 화강석이 모셔져 있다. 계곡 가득 매운 萬魚(만어)의 암괴중에서 가장 크며 ‘밝은 거울과 같이’ 순백 정결하며 , 힘차게 자리하고 있다. ‘관불삼매경’에 ‘부처는 그 돌속에 있으면서 빛을 밖으로 나타냈다.
  모든 용들은 합창하면서 기뻐하며 그곳을 떠나지 않고서도 항상 부처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諸天(제천)이 부처의 影像(영상)을 공양하면 부처의 영상도 역시 설법했다’하였고 星字?(성자극)의 ‘西城記(서성기)’에도 ‘나는 장차 적멸할 것이다. 너를 위하여 내 영상을 남겨둘 것이니 네가 독하고 분한 마음이 생기거든 항상 내 영상을 바라보면 독한 마음이 없어질 것이다. 하며 홀로 석실로 들어갔다’ 하였다.
  미륵신앙이 불교의 중요한 구원신앙이 되고, 희망의 신앙이 되는 까닭은 석가불이 못 다한 구세의 염원을 미륵불이 사바세계에 출현하여 다시 구제할 것이라는 예언 때문이다.
  56억 7천만년의 장구한 세월을 미련스럽게 기다리는 미륵의 모습을 때로는 화려한 보살상으로 표현하지마는 우둔한 바위같은 불상이나 바위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5. 三聖閣(삼성각)

  요사의 북쪽에 돌계단이 마련되고 그 위에 맞배지붕의 전면 3칸으로 지은 三聖閣(삼성각)이 있다. 내부의 북벽에 3폭의 幀書(정서)가 있는데 가운데의 것은 흰 구름을 경계로 上下(상하)로 구분하여 佛世界(불세계)와 神仙界(신선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 탱화의 좌우에 대 山神圖(산신도)가 있다.
  각각 험준한 산악과 폭포를 배경으로 노송과 기암을 배치하고, 왼쪽 그림은 지팡이를 든 山神(산신)이 호랑이를 거느리고, 오른쪽 그림에는 노송 가지 위에 까치 한 마리를 그려놓았다.
  三聖(삼성)은 三神(삼신)이라 하여 단군신화에 나오는 桓因(환인), 桓雄(환웅), 王儉(왕검)을 지칭한다.
  山神(산신)은 산신령 또는 산령으로 불리우며 주로 山神詞(산신사),山靈閣(산령각)등의 무현의 神房(신방)에 봉치되며 사찰에서도 발견된다.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정신 속에 오랜 역사를 통해 숨쉬고 있으며 민담, 전설, 속담 혹은 전통 회화 속에서도 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영물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 호랑이가 가지는 속성인 힘과 용맹보다는 파사현정의 의인화 이미지는 혹은 인간에게 복을 주는 신앙의 대상으로 신선의 사자로 두려움 보다는 친근감의 표징이 되기도 한다. 강력하고 신비로운 힘을 지닌 동물을 개인 혹은 종족의 조상으로 생각하고 신성시 내지 숭배하는 토템이즘의 유풍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6. 靈符石(영부석)

  부적은 보통, 짐승의 뼈, 나무, 종이베등에 저주, 악귀잡귀의 해를 막고 제액, 퇴역, 안태를 주원 하는 부자를 써서 인신, 소유물, 선박 또는 가옥에 붙이는 주물숭배의 한 사상으로 그 속에 신비력을 불어넣고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고 존숭하는 것이다.
  ‘유사 권제1’에 제왕이 일어날 때에는 반드시 하늘이 서상을 가지고 人君(인군)에게 내리는 명령, 즉 천자가 되게하는 하늘의 뜻을 적은 부명을 얻고, 미래의 길흉화복을 예언한 기록, 미래기나 예언서라 할 수 있는 도록을 받게 된다 하였다.
  ‘고조선조’에서도 옛날에 환인은 天符印(천부인) 3개를 환웅에게 주어 인간세계를 다스리게 하였다. 하니 天符印(천부인)은 신정시대에 있어서의 제주인 동시에 군장이었던 최고 권력자의 표징이기도 한 것이다. 이 靈(령)자의 아래에는 산봉우리가 첩첩한 위로 둥근 천체가 휘광을 발하고, 靈(령)자의 위에도 둥근 천체가 음각되어 있다. 오른쪽에는 有意尋寺黃猪春時 主僧梁雲耕 高勉哉(유의심사황저춘시 주승량운경 고면재)의 16자가 음각되어 있으며, 왼쪽에는 文月星(문월성)의 3자가 새겨져 있는데, 黃猪(황저)는 己亥年(기해년)이 되며, 廣魚寺(광어사) 창건년인 庚子(경자) 보다는 연차적으로 한해 앞서니 흥미있는 일이다.
  또 文月星(문월성)은 인명이라면 무당일 것이다. 楚辭(초사)에는 靈謂坐也(영위좌야)라 하였는데, 무당은 귀신을 섬기며, 길흉을 점치고 굿을 주관하는 사람으로서 선령과 악령에 직접 통하여 그것을 다룰수 있는 신비력을 연결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7. 결언

  萬魚寺(만어사)는 고려 明宗(명종)대 (12세기 후반)에 창건된 산지가람으로 불교이외에도 다양한 신앙의 유존물들이 갖추어져 있다.
  가야국 불교 전래의 설화, 만어석과 佛影(불영)의 설화, 삼성각, 靈符石(영부석), 미륵전등의 시설이 있어 재래신앙과 외래종교가 조화롭게 습합되어 있는 실황을 볼 수있다. 그리하여 蜜敎(밀교)의 道場(도장)같은 느낌마저 들게한다. 一然(일연)은 이렇듯 종교적인 배경이 다른 불교와 신비체험들의 습합을 무리없이 관련지어 ‘유사’에서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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