幼年(유년) 수업

한 학년이 오를 때마다
찾아드는 가정조사시간
우리는 조용한 나무가 되었다.
呼名(호명)될 생활을 준비하는 교실,
고아원 아이들은 아이대로
철거촌 아이들은 아이대로
팔목이 흔들렸다.
누님같은 여선생님의 목소리에도
아버지가 없는 몇 개의 가지가 흔들리고
어머니가 없는 몇 개의 가지가 흔들리고
부모가 없는 고아원의 몇갈래 가지도
흔들렸다.
흔들리지 않은 나머지 가지들도
속으로 흔들렸다.
봄은 아직 오지 않고
들은 손을 내리고 싶은 창밖의 나무들은
어디에도 없는 호주머니를 찾곤 했다.
그럴때마다
낯설은 가시내의 울음이 뚝뚝 떨어지고
우리는 교실이 떠나갈 듯 놀려댔지만
웃지 못하는 선생님은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
수많은 가지들을 들고
봄을 기다리는 한 그루 나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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