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땀흘리는 노동의 손으로 창조적 긴장의 삶을 살터....”

  우리는 항상 백수였다. 일하지 않는 길고 흰 손, 책장이나 넘기고 담배꽁초나 비벼끄는 징그러운 손, 결코 싸우지는 않는 보드랍고 살찐 손. 우리의 악수는 그런 면목없음이었다.
  우리는 항상 다변이었다. 세계와 가치와 삶에 대해, 역사와 민족에 대해, 정치와 문화와 경제에 대해, 그리고 시와 혁명에 대해, 결코 실천하지는 않는 실천에 대해 우리의 대화는 그런 부끄러움이었다.
  다만 모든 것이 변하듯 우리의 항상도 변할 것이다. 땀흘리는 노동의 손으로, 실천하는 진실의 언어로 부단한 창조적 긴장의 삶으로.
  초라한 글을 뽑아주신 분들, 친구들, 형들, 그리고 매번 우리를 면목없게 만드는 많은 분들, 모든 분들께 부끄럼과 감사의 마음으로 깊이 고개 숙인다.


고양이

야옹 야옹 울지마라 나비야
네 몸 속의 푸른 불은 누구에게
빼앗기고 네 피 속의 그 싱싱한
사나움은 어디서 잃어버리고
따뜻한 가을볕 아래 까모록이
졸다가 달그락 소리에 깜짝 깨어
배 고프다 야옹 야옹 울지마라
살찐 쥐 한 마리 잡지 못하는
온순한 것 풀어주어도 달아날 생각조차
못하고 주인 근처에서나 얼쩡거리며
슬프다 야옹 야옹 울지마라 나비야
겁많은 것아 네 살 깊은 곳의
향그럽던 푸른 불을 빼앗아 간
그 투명한 손은 누구냐 대체
내 날쌘 솜씨를 묶는 그 눈부신
사슬을 또 무엇이냐
밤 깊었다 가자 나비야 너를
묶는 그 질기디 질긴 줄을 끊어버리고
찬바람 부는 어두운 골목길 가자
네 발톱의 사나운 할큄을 기다리는
저 실한 먹이들 속의 푸른 불을 잡으러
달과 지붕을 넘어 슬금 슬금 가자 나비야
붉은 달이 슬금 슬금 구름 사이로 나오는
밤 깊었다 가자 나비야 네 온몸에
파랗게 불을 켜고 날 선 발톱을 세우고
슬금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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