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정신 담는 미래지향적 신문 되길

동대신문이 창간 53주년을 맞게 된 것에 우선 축하와 기쁨의 인사부터 전합니다.
엄혹하기 그지없었던 70년대 말, 본인은 동대신문의 주간직을 수행하면서 학생 기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아름다운 기억을 지금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소회와 함께 70년대 이후 계속된 대학 사회의 고통스런 충격과 변화를 이겨내고 세기를 바꾼 이 시점까지 많은 발전을 거듭해온 동대신문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온갖 시련과 도전을 이겨내고 이 지점에 이른 동대신문과 대학 사회에 대해 긍지를 갖는 것이 대학인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학 구성원들에게 주어진 반성의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동대신문을 비롯한 대학 신문들은 정치 사회적 민주화 쟁취를 위해 싸워왔고 경직된 사회 문화적 관습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해온 자랑스런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한 투쟁의 당위를 이루는 전제는 민주화되지 않은 사회에서 대학이나 학문이 얼마나 발전 가능성이 있으며 극단적으로 대학이 존재할 가치가 있느냐 하는 비판적 저항 정신에 근거를 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것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신념이 대학을 지배해왔던 것입니다.
그 결과 대학의 희생은 너무도 참담한 것이었습니다. 민중 신화로 표상 되는 정치적 신념이 학문과 사상의 다양성에 손상을 입힌 것이 그 하나의 사례입니다.
집단주의적 성향을 가진 민중 신화는 대학 신문과 대학의 문화를 획일주의적인 것으로 만들어 심지어 이제 어느 대학에서 제작된 신문이든 하나만 읽으면 전국 모든 대학의 신문을 읽는 것과 동일하다는 냉소적 비판을 받아오게 된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실험 정신과 미래지향적 다양성은 어디론가 소멸하고 오직 소수의 사회문화적 관심사에 대학 신문은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집 기사, 기고 논설, 사설과 학생 기자의 각종 취재 기사 등은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학생운동에 바탕한 진보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연구와 교육이 대학의 본질이라는 당연하고도 소박한 진실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역시 그런 정황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우리 사회는 정치 문화와 대학의 민주화를 이루게 되었고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했습니다.
대학은 젊은이들의 활기로 충만한 역동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수업과 연구와 사색을 방해해선 안 되는 조용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또한 나와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문화적 다양성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온전한 대학 문화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대학은 무한대의 자유를 추구하는 자유가 허용된 곳입니다. 더 이상 획일주의적인 신념이 배타적 문화, 경직된 문화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동대신문은 크게 눈을 뜨고 미래를 향하기 바랍니다.
동대신문의 눈부신 발전과 변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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