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생태학의 동향과 전망
2. 불교생태학의 현 주소
3. 불교생태학의 필요성과 가능성
4. 불교생태학의 발전적 추진 방향

올 초부터 홍기삼 총장이 본교를 ‘불교생태학’의 총본산으로 특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표방함에 따라 앞으로 관련 연구와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첫 출발점으로 지난 2일 불교문화연구원에서 ‘불교생태학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학술면에서는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4회에 걸쳐 기획, 연재해 불교생태학의 현황과 발전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생태불교의 합리성을 찾아서

환경문제, 생태학적 문제에 대한 반성은 미국에서 일어났다. 실패한 뉴에이지(New age Movement) 세력이 사회운동의 새로운 돌파구로 환경문제를 선택함으로써 사회운동의 차원에서 시작되었고, 그로부터 15년쯤 지나 철학, 사회학, 정치학의 분야에서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돼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었다.
기존의 윤리학을 포기하고 새로운 형이상학, 새로운 자연관에 기초한 생태도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전통의 규범윤리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 동양적 사유에서 문제 해결을 찾으려는 사람들, 근세철학과 현대성 비판이 생태계 위기를 돌파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접근법들이 등장하였다.

생태계 위기 시대의 종교와 윤리

현대 생태사상은 △유사-종교적 신비주의 △생태학적 신비주의 △과학의 형이상학화를 의도하는 포스트모던 과학주의 등 아주 위험한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모두는 이성을 불신하고 인간을 혐오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길을 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니체적 비합리주의=비합리주의로 뛰어드는 방법 △이성과 다른 것(Das Andere)으로 철학하기=몸의 철학, 감정의 철학, 자아의 철학 △이성의 파괴=포스트모던적 허무주의 △동양의 지혜술 등 인간과 이성과 합리성을 대신할 대안적 노선을 찾는다.
현대 세계에서 모든 의사결정은 법치국가의 원칙, 절차, 규범에 따라 움직인다. 이른바 전략적 의지 관철을 위한 싸움터인 사회세계에서의 법적 절차만이 작동할 뿐이다. 개인의 직관적 결단에 의지하여 결과적으로 옳고, 선한 행위라는 윤리적 목표와 의무로 설정된 행위의 성스러운 결과를 의도하는 종교적 목표는 그 관철 방법의 차이로 갈등해 왔다. 근세 이래로 종교의 초월적 차원과 윤리학의 현실 지향은 긴장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조건 하에서 윤리는 사적인 영역으로 숨어버려서 전지구적 연대 책임을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전지구적인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동시에 종교는 도덕적 담론 내에서 당위, 혹은 의무지향적 행위만을 보기 때문에 사실의 세계에 무관심하다. 윤리는 지극히 사적인 신앙으로서의 종교를 보편화 가능한 종교적 실천을 매개하는 보조자 역할을 해야 한다.

생태학적 불교의 가능성

‘불교+생태학(Buddist ecology)’이 욕망을 절제하고, 문명과 자연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생태계에 대한 몰이해와 무자비의 관점을 연기와 자비의 생태관으로 되돌리려는 불교학의 한 분야라고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개념화이다. ‘불교+생태학’은 영어식 표현에 있어서나 우리의 복합명사 사용규칙에 비추어 보거나, 불교의 영역이 아니라 생태학의 한 분과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기체의 상호작용에 대한, 또 이들이 속한 환경에 대한 관계를 탐구하는 생물학의 하부 분과인 생태학을 아무 조건 없이 쓸 경우, 불교생태학은 순수 자연과학이 되어 버리는 아주 우스꽝스러운 학문 분야로 된다. 때문에 필자는 ‘생태학적 불교(ecobuddhism)’혹은 ‘생태불교(학)’이라는 용어를 제안한다.
모더니티는 이념이 허술해서도 아니고, 이 이념을 곡해하고, 충분히 논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완의 혁명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지탱하는 이성을 합리적으로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완의 혁명을 완성하는 길은 서구적, 기독교적 합리성을 불교적 합리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생태불교의 합리성은 위대한 예술가의 영혼처럼 자연의 정연함과 법칙, 그 넘치는 생명력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심미적 합리성이다. 생태불교의 합리성으로 우리는 비로소 자연과의 창조적인 조화 속에 있을 수 있다. 생태학적 불교는 그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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