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남해바다를 건너
불어온 바람이 무더워,
냉수를 자꾸 마셔도 무더워
더운 몽뚱이 식히러 간다.
가슴 굳게 닫은 뼈 마디
부스러뜨리기 시작한 외침으로
묵은 땟자욱 떨쳐버리려 떠난다.
발바닥에 돋아난 날개로
삼천리 반도를 구경간다.
발가벗고 온 몸으로
큰 바다 헤엄치러 간다.
큰 바다 불 지르러 간다.
풀포기 길되어 눕고
강줄기 그 길 옆에 누워
우리 몸은 그리로 간다.
매미처럼 허물을 벗고 나와
줄기차게 울며 간다.
-해야 솟아라. 뜨거운 해야 솟아라.
가다가 온갖 사람 앞에 알몸으로 설 것이다.
우리 긴 팔로 사랑할 것이다.
여름에만 개벽하는 세상일지라도
여름이나마
쉬지 않고 볼 것이다…
…들을 것이다.
여름이 어떻게 와서
어떻게 가는가를,
여름이 무슨 소리로 웃는 가를,
소리쳐 우는가를.
글/이승남 (국문과) 사진/김재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