形式(형식)에만 치우쳐 “本質(본질)망각”

  세계적으로 여성해방운동이 본격적인 사회운동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밑의 자유주의 여성해방론이나 엥겔스의 사회주의 여성해방론 등 남성중심사회에서의 산발적 등장과는 달리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그 힘을 강하게 나타내었던 시기는 근대의 60년대부터 70년대로 그 출현 시기를 잡을 수 있겠다.
  이때  여성해방운동과 같이 태동하는 학문이 바로 여성학이다. 여성해방이론이 실천적 사회운동이라면 여성학은 이론적 연구분야로서 그 학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여성학의 연구 및 교육이 여성해방, 더 나아가 인간해방이라는 목표에 상응해가는 人間學(인간학)이라는 전제는 곧 대학내에서의 여성학강좌의 필요성을 부각시켰으며 국내의 몇 개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 개개인으로 하여금 주체적 삶에 대한 의식과 사회적 인식을 통한 구조화된 불평등의 이해, 그리고 이를 개선해나가는 방법모색까지도 스스로 깨우쳐 나가도록 유도해야하는 여성학강좌의 운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문제점들은 무엇인지 본교의 여성학강좌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문제의 차원에서 출발한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를 性(성)을 중심으로 연구 발전시킨 학문이라는 특색을 갖는 여성학은 필연적으로 間(간) 학문적이며 多(다) 학문적 (interdisciplinary, multidisciplinary) 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본교를 비롯한 대부부의 대학이 팀티칭 (team-teaching)으로 강사를 구성하는 강의방식을 취하고 있다. 각 주제를 전공분야별로 (예, 법학, 교육학, 문화인류학 등) 다룸으로써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영역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 역시 많이 지적되고 있다.
  ‘여성학 첫 강의시간때 여성에 관한 여성을 위한 강의내용에 경이로움 마저 느꼈었다’ 는 ㄱ과 H양은 뒤이어 듣게된 강의 또한 앞의 강의내용과 대동소이하다는 느낌에 들으나마나한 그게 그 소리라는 인상만 주는 지루한 강의가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이와같이 내용상 중복되는 것 이외에도 강사진의 여성문제를 보는 관점상으로 빚어지는 학생들의 시각상의 혼란은 그저 남학생의 교련에 ‘맞대기’ 과목으로 학점만 취득하면 된다는 식의 피상적 학습분위기를 자아내게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팀티칭을 맡은 교수 입장에서보면 제한된 시간에 많은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강의준비를 위한 많은 연구시간을 필요로 하면서도 각 강의자 (1학기때 7명, 2학기때 4명)에게 분담된 수업시간이 그만한 연구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또 강의자 자신이 깊이 있는 연구를 행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편, 수업진행방식에 있어도 슬라이드영상교육과 분반토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여성학이 갖는 특색인 여성문제에 대한 학문적 성과를 축적한다기보다는 오늘날 여성이 처한 상황을 자각시킨다는 일차적 목표에도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강의위주의 현 대규모 수업진행방식은 학생 개개인의 이해와 사고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개발시킬 수 없으며 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능력을 기르지못함으로써 인식적인 차원에서의 여성학의 목표달성은 어렵다. 아쉬우나마 교재의 통일을 기하기 위해 지난 4월 ‘女性學(여성학)의 理論(이론)과 實際(실제)’라는 제목으로 본교 여성학 강좌교재가 나와 그 내용면에서는 주제별로 비교적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고 보겠으나 실제 수업진행에 있어서는 시간적인 제약에 인해 피상적으로 훑고 지나가는 식의 형식적 수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학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불만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시험을 치르는데 있다. 요점부터 언급한다면 시험시간 50분에 한 학생에게 주어지는 시험지의 장수가 3장이라는 것이다 (1학기의 경우) 이러한 폐단은 결국 여성학을 전공한 전임교사로서 한 교수에게 주관권을 주지 못하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대학교육에 있어 개인적․자기고찰과 주관력을 최대우선으로 한다는 교육방향성에 어긋나는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본교의 여성학강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근본원인은 무엇이며 그해결책은 무엇일까. ㅅ대의 경우 국문과 교수가 스무명이 넘는데 반해 본교는 고작 6명의 교수를 확보하고 있는 실정처럼 여서학도 교원확보의 부실이 가져온 문제로 우선 볼수 있으며 여성학 전공 전임교수의 확보가 무엇보다 급선무이다. 현 팀티칭의 경우 각 강의주제간의 상호연관성을 최대로 살릴 수 있도록 한명의 주관교수를 중심으로한 책임강사진 편성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강의내용면에서도 ㅈ대나 ㄱ대의 예처럼 농촌여성과 생산직 여성근로자의 사례발표를 한 학기에 2회 이상 가짐으로서 학생들이 직접 여성문제를 독려하고 토의해서 이론적 학습성과를 곧바로 현장문제에 대입해보는 실험의식의 기회를 부여해야겠다. 끝으로 현 학기당 3학점을 취득해서 4년 동안 총6학점을 취득해야하는 운영방식을 팀티칭과 단일강사식의 절충형으로 수정 보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처음 한 학기를 여성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양하게 팀티칭을 통해 습득토록 한뒤, 나머지 3학점 취득시는 앞에서 배운 주제별 학습중 가장 학문적 호기심이 유발되었던 관심있는 주제의 강좌를 자기 임의로 선택, 학생이 수강하도록 하는 단일강사교습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학부에 여성학이 정착되지못한 면도 없지는 않으나 이 강좌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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