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ㆍ마녀사냥식 일방적 보도

“친북분자들이 신촌일대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
1996년 8월 14일, 김아무개 군은 이런 내용의 당일자 조선일보 사설을 읽고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난 게 아니냐며 당황해한다. 이는 지난 96년 8월 연세대 통일대축전 무렵 일간지를 읽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법한 일이다.
당시 한겨레신문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간지와 방송은 연대사건에 대해 진실을 외면한 채 현실을 왜곡하고 ‘마녀사냥’식으로 보도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경찰이 시위대 진압을 위해 헬기에서 대규모 최루액을 쏟아내고 신형 진압무기를 앞세운 장면을 편집한 채 이에 맞서는 학생들의 모습만을 폭력적으로 보도하는 식이었다.
또한 “한총련은 친 북한단체다 … 북한의 비참한 현실에는 눈감고 사회주의 왕조인 김일성 김정일체제를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있다”(동아일보 1996년 8월 14일자), “(한총련은) 파이프와 화염병으로 무장한 조선 노동당 재남 행동대원들이다”(조선일보 1996년 8월 16일자)라는 식의 색깔론으로 ‘반 한총련’ 여론을 형성했다.
이후 한총련의 이적성여부에 대한 논의가 일어날 때도 보수 언론들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하며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는 “여당이 검토중인 한총련의 이적단체 제외는 어불성설이다 … 대법원의 판례이므로 이를 정치행위로 뒤집는다는 것은 법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일이 아닌가”(중앙일보 1998년 7월 3일자), “한총련의 이적성은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것이다 … 일부 하급심이 한총련에 이적성이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조선일보 1999년 4월 16일자)라는 기사에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최근 노무현의 국민참여정부가 출범한 후 한총련 합법화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언론보도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일간신문들은 한총련 관련 기사를 3백여 건 이상 보도했으며, KBS는 지난 3월 이례적으로 한총련 합법화에 대한 찬반토론을 방영했다. 또한 지난달 17일과 지난 1일에는 MBC에서 ‘100분 토론’에 정재욱(연세대 총학생회장) 한총련 11기 의장을 섭외하는 등 그동안 금기시됐던 한총련 대의원의 방송출연이 이뤄지기도 했다.
‘건전한 여론형성’은 언론의 주된 역할이다. 그러나 한총련에 대한 논의는 언론의 편파적 보도로 인해 그동안 ‘음지’에 가려있었다. 최근 불어오는 언론의 관심이 국민들에게 한총련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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