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반전 실천은 생존의 문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죽고 사는 문제가 미국에 의해 결정돼 왔습니다. 이제 바꿀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지난 7일 서강대에서 열린 ‘반미반전과 민족공조’강연회에서 본교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가 던진 물음이다. 6·15공동선언실천 청년학생연대와 서강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주최한 강연회는 이라크 전 이후 더욱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전쟁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의 신패권주의 세계지배전략

강 교수는 “9·11은 전쟁우선주의 정책을 곧바로 실현시킬 절호의 조건을 마련한 촉진요인이자 확대요인”이라고 지적한다.
9.11은 많은 사상자를 낸 비극이지만, 그것으로 아프가니스탄 침공, 필리핀 등지의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이라크 전쟁의 비극을 결코 합리화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 강 교수는 “세계 평화에 위기를 가져온 미국의 신패권주의 세계지배전략은 한반도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돼 왔다”고 보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북한 먼저 재래식 무기 감축론’이다. 부시정부는 국방예산을 2천800억에서 3천790억 달러로 증액했고, 이는 한해 군사예산이 13.6억 달러인 이북보다 무려 300배나 많은 액수다. 강 교수는 “북의 재래식 무기를 먼저 감축하라는 요구는 마치 입은 모든 옷을 벗어 무방비가 되라는 일방주의에 지나지 않다”고 지적한다.
북한핵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는 “리영희 교수의 주장대로 ‘북한핵문제’라는 용어부터 ‘미국의 북미 제네바합의 위배문제’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쟁위기의 해결책

사실, 이 문제는 북의 체제를 보장해 주겠다는 ‘북미불가침조약’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은 의회 비준이 필요한 ‘조약’의 체결은 꺼리고 있다.
이에 강 교수가 제안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6+2합의’에 의한 장기포괄적 해결안이다. 남북,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동북아 5개국이 ‘미국의 한반도평화보장 공동선언’을 내놓고, ‘조약’수준은 아니더라도 ‘북미불가침협정’을 맺는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민족공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민족공조’는 남북이 중심이 돼 서로 협력해 민족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나가는 관계다. 그동안 남한은 북한과 대조적으로 한미공조 우선주의에 눌려 진정한 민족공조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한미공조는 예속관계에 가까웠다”며 “맹목적 숭미가 주류를 이뤄왔던 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합리적 비판주의마저 매도당해 왔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또한 “국내 ‘주류 정치세력’과 ‘주류언론’의 전쟁 부추기기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전쟁불감증도 문제”라고 꼬집는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아직도 전쟁타령이냐’던 지식인들과 시민사회는 이제 ‘반미반전’을 중심 화두로 인식하고 있다. “실천하자.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나가자. 반전시위에 배지를 달고 참가하자. 여러분도 살고, 나도 살고 생존의 문제다”라는 강정구 교수. 한반도 전쟁위기에도 분명히 변화의 여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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