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축제’ 만들어야

본교 대동제가 지난 20일부터 3일간 진행됐다. ‘우리 PEACETIVAL’을 기치로 진행된 이번 대동제는 동악 곳곳을 축제의 장으로 이용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학생들의 참여 부족과 매년 반복되는 ‘식상한’행사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학 축제의 역할을 살펴보고 이번 대동제를 평가해 본다. 또한 타대학 축제 기간 중 진행된 이색적인 행사를 통해 본교 축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대동제의 기원을 굳이 따지자면 태고적까지 한없이 추적해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동제가 문화운동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대동제의 기원을 알 수가 있다.

대동제의 참뜻

70년대 김지하의 ‘풍자냐 자살이냐’ 테제를 시작으로 무르익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문화운동은 마당놀이와 각종 연행놀이를 주요 모티브로 삼아왔다. 대동놀이 역시 그런 가운데 등장하게 된 의식이었다.
물론 중요한 것은 대동제 자체가 아니라 대동놀이의 원리이고 의미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동제를 80년대의 산물이라는 둥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둥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철저한 오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동놀이에는 기본적으로 ‘트랜스 현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테크노댄스를 추다가 일종의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 보라. 몇 백 몇 천의 사람들이 커다란 원형대형을 이루고 그 대형을 따라 혹은 그 대형으로부터 변주를 내면서 무한정으로 자기 육신을 진화해 나간다.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동놀이를 무슨 벌레 보듯 파시즘적인 히스테리 취급을 하는데,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이야기다.
대동제를 통해 사람들은 약 일주일간의 한바탕 축제를 마무리하며 전혀 색다른 문화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대동 속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던 사람들과도 접속을 시도하고 일상의 삶의 원리로부터 탈주를 꾀하게 되는 것이다.
대동제라는 것은 본래 난장의 극치이며 일상을 축제화하려는 카니발적인 기획이었던 셈이다. 물론 옛날 무용담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혹여 대동제를 통해서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더라도, 우리는 이미 이런 경험을 누린 바 있다. 지난해 6월을 한번 떠올려 보라. 서울의 거리 모든 곳에서, 한반도 모든 곳에서 대동을 즐겼지 않았던가.
사실 근 몇 년 동안 각 대학의 대동제는 맥을 못추고 있다. 요즘의 대학문화에서 대동제는 트랜스는 고사하고 참가자들 자체가 모자라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회나 동아리연합회에서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일부 사람들만 참가하는 행사,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매년 되풀이되는 메시지들…….

대학문화를 살리려면

사실 대동제가 예전 같은 형상으로 난장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새로운 탈주를 기획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나을 것이다. 그리고 예전 대동제라고 단점이 왜 없었을까.
대동제는 일년에 한두번이 고작이다. 즉 축제가 끝나면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동제만으로는 대학문화 일반을 사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동제를 지키려고 하는 것의 맹점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학점을 따려고 매달리고, 토익·토플과 고시자격증에 매달리는 게 요즘 대학문화 아니던가. 다시금 강조하지만 대동제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동제의 원리가 중요하다.
차라리 일상의 축제화를 꾀하는 게 어떨까. 일상이 카니발이고, 난장이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침체에 빠진 대학문화를 건져내는 가장 주요한 전략이 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과 주변의 일상을 축제적으로 탈바꿈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일상으로부터 탈주하는 기획을 시작으로 대학문화가 자기가치를 증식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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