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들의 고뇌 다룬 ‘진짜’형사 영화

와일드 카드는 한마디로 ‘형사 영화’라고 설명될 수 있는 영화다. 이제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영화보다 형사들의 생활 자체에 충실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도 물론 사건과, 그 사건을 일으킨 범인들이 등장하지만 그 역할은 단순히 형사들에게 ‘잡히기 위한’ 것에 머무른다. 쇠구슬을 이용한 일명 ‘퍽치기’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잡고서는, 이에 대한 언급 한번이 없다. 바로 다시 또 다른 범인을 잡기 위해 뛰어가는 형사들의 모습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 만큼 형사들의 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짚어준다. 항상 위험과 맞닿아 있는 그들의 생활과 그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 그 와중에 느끼는 그들의 고뇌가 우스갯소리 같은 대사를 통해 다가온다.
잠든 모습 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에 딸의 키를 가로로 재는 아버지와, 칼에 맞아 죽을 뻔했던 기억 때문에 칼을 쥔 아이들만 봐도 몸이 떨리는 형사, 총기 사용에 관한 그들 내부의 갈등. 대한민국 경찰은 총을 쏘라고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던져 맞춰 잡으라고 있는 것이라던 우스갯소리는 끝까지 갈등하던 양동근이 범인을 향해 총을 말 그대로 ‘던져버리는’ 장면에서 증명된다.
주, 조연 할 것 없이 개성 있는 연기와 탄탄한 시나리오로 영화는 시종일관 재미있다. 하지만 다 보고 나서는 “우리 이렇게 살고 있수, 아슈?” 하는 형사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여운이 남는다. 나름대로 작품성과 오락성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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