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라는 곳에 들어오기까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정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직장에 다니고 6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야 대학에 들어올 수 있었다. 어렵게 들어온 대학인만큼 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봉사'였다. 늦깍이 대학생이 되어 봉사한다는 것은 나에게 벅찬 설레임을 갖게 했다.

한사랑 마을에 가게 되었다. 그곳엔 활동이 많이 불편한 아이들이 있었다. 처음엔 조금은 두려운 마음에 ‘과연 내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선영이라는 예쁜 아가씨가 나의 짝이 되었다. 나이는 14살이지만 7살 정도로 보이는, 몸은 많이 불편하지만 맑고 환한 미소를 가진 아이였다. 초보엄마인 나는 너무나 서툴러 쩔쩔매고 비지땀을 흘렸다. 그런데도 선영이는 나를 이해해주며 많이 불편한데도 괜찮다고 웃어주었다. 나는 사지가 멀쩡하고 건강하지만 평소에 자기비하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선영이는 혼자서 거동할 수조차 없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행복이라는 것, 만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 나아가 다른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까지도 갖고 있었다. 평소의 온갖 불만을 다 안고 있던 내 자신이 한없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나는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어 온 것이지만, 육신의 도움과 영혼의 도움을 나눈 것이었다. 오히려 그 아이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된 것이다. 몇 시간의 짧은 만남이지만 선영이의 해맑은 미소와 행복한 표정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훌륭한 오리엔테이션 덕분에 어떤 봉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KSDN 녹색시민연대 등 지구를 위한 환경단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잘 알지 못했던 시민단체의 모습을 직접 체험해 보니, 너무나 훌륭한 의식을 갖고 돈과는 무관하게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식생활 개선을 위한 강좌’포스터를 들고 다니며 동사무소와 지하철에 부착하는 일을 했는데 그 다음날까지도 걷기가 힘들정도로 다리가 아팠다. 그 곳에 계신 분들은 이런 일을 계속해서 하신다니 놀라울만큼 존경스러운 일이다.

지금까지 어두운 쪽으로만 비춰졌던 이 사회가 이번 봉사를 통해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을 통해 조금은 밝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느껴졌다. 봉사는 ‘베품’이 아니라 ‘나눔’인 것을 알게 되었다.

조명희(야간강좌 경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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