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하나. “입었으면 좀 빨아 놔라”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이 큼지막한 바지를 덧입으며 투덜거린다. 조금 전까지 같은 바지를 입고 있었던 민주당 정대철 의원이 미안한 미소를 짓는다.(경향신문 2003년 8월 11일자 만평)
상황 둘. “나와!” 유리문 밖에서 서슬 퍼런 칼을 든 검찰이 소리친다. 유리문 안 쪽 에서는 한 국회의원이 방패를 챙기고 있다.(동아일보 2000월 2월 10일자 만평)
검찰이 ‘나오라’고 할 때 집어드는 방패, 국회의원들의‘공용’바지. 모두‘방탄국회’를 상징하고 있다.

방탄국회는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없는 제도를 이용해, 검찰출두명령을 받은 의원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일부러 국회를 소집한 후 질질 끄는 것을 비꼬아 이르는 단어다.
오는 31일이면 회기가 끝나는 8월 임시국회 또한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체포영장을 받은 정대철의원과 박주선(민주당)의원, 박명환(한나라당)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라는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했다.

애초 국회의원을 회기 중에 체포하는 것을 금지한 것은 국회에 대한 검찰의 일방적 압력행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제도는 98년부터‘남용’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일부를 국세청을 이용해 갈취한 혐의로 서상목 의원이 체포대상에 오르자, 한나라당이 98년부터 2년 간이나 방탄용 국회를 소집했던 것이다. 회기와 회기사이에 휴일이라도 끼면, 서 의원은 지방으로 몸을 숨겼다는 2년 전 기사 한 토막,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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