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을 밟고 통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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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곧 비무장지대를 벗어나 장전항에 도착했다. 지난 5년 동안 모든 금강산관광객들을 실은 배가 닿았던 장전항. 금강산 관광은 1998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을 계기로 그 해 11월 시작됐다. 처음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실향민들을 비롯한 전 국민적인 관심 속에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정부의 지원이 점점 감소하고 급기야 특검 수사를 받는 등 난관에 부딪혔다. 그리고 이어진 정몽헌 회장의 자살. 그러나 지금은 정회장의 뒤를 이은 김운규사장의 강한 의지를 표명해 그나마 한 고비 넘긴 상태다.

정회장의 죽음 이후 잠시 동안 발길이 끊겼던 이 곳, 장전항에 첫 발을 내디딘 손님은 756명의 대학생들이 되었다. 이들은 민간인으로는 처음으로 육로를 통해 온 데다가 북한땅 8.15km를 걸어간다. 금강산관광사업을 비롯한 대북 민간사업의 새로운 발전을 향한 첫걸음이 이들로부터 시작된 셈이다.
입국심사가 끝난 후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온정각까지의 도보행진이 시작됐다. 어깨마다 통일을 상징하는 한반도기를 두르고 북측땅을 걸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했다. “북측땅을 밟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마구 뛰며 피로가 사라졌다”는 안 양. 긴 시간 여행으로 지칠 법도 하지만 말로만 듣던 금강산을 바라보며 걷는 학생들의 모습은 활기차 보였다.

행진이 중간에 이르렀을 때쯤 갑자기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멀리 학생들과 안 양이 바라보는 곳에는 온정리 민가가 보였던 것이다. 안 양도 손을 흔들며 계속 “안녕하세요”를 외쳤고 북측 주민들도 손을 흔들고 있었다. 비록 철조망 사이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표정들이었다.
금강산 등반은 둘째날과 셋째날 진행됐다. 구룡연폭포와 만물상으로 가는 길은 험했지만 북측 민간인과 처음으로 나누는 대화에 학생들은 들뜬 모습이었다.
“남측에서도 뭉클하다는 말을 씁네까? 우리는 지금처럼 동포가 만났을 때 뭉클하다는 말을 씁네다.”

“저희도 지금 같은 순간에 뭉클하다는 말을 써요. 그런데 처음 금강산을 올 때는 설악산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많이 다르네요. 설악산 아세요?”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로 북한안내원과 어느새 친해진 안 양. 통일이 되면 함께 설악산에 가기로 했다며 약속까지 했다.
광복절 저녁에는 ‘평화·통일 기원 8.15행사’가 진행됐다. 김운규 현대아산 사장은 “다음에는 북측대학생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로 만들겠다”며 금강산사업에 대한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이어서 인디밴드 레이지본과 가수 전인권, 한영애의 공연이 이어졌고 학생들은 북녘땅에서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며 마음껏 즐겼다. 특히 마지막에는 모든 가수들이 한 무대에 서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북한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처음 왔을 때보다 친숙해졌어요. 통일에 대해, 남북관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어요.”라는 안 양의 말처럼 마지막날, 버스를 타고 남측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은 차창 너머로 보이는 북측의 아침풍경을 신기함이 아닌 아쉬움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러한 눈빛들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통일은 우리에게 한발 짝 더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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