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에게는 사랑도 사치다. 3만원 더 나온 전화요금에 평범한 누나 동생 사이로 전락한 커플. 데이트 비용을 시간 당 몇 천원으로 계산하며 전전긍긍하는 커플. 취업준비, 고시준비를 위해 연인과 결별하는 세대. 이것이 오늘날의 20대, 88만원 세대다. 이는 얼마 전 한 잡지의 커버스토리로 보도된 내용이다. ‘사랑은 88만원보다 비싸다’란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는 현재 20대들이 숨 막히는 현실로 인해 마음껏 사랑할 수조차 없는 비극적인 현실을 보도하고 있다.
▲‘88만원 세대’라는 용어는 지난 2007년 출간된 동일한 제목의 도서에서 비롯됐다. 치열한 경쟁사회에 내몰려 인간적인 여유마저 누릴 수 없는 20대를 가리켜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1000유로 세대’라는 책에서 본 따 이 세대의 이름을 지었다. 여기서 88만원은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인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이다. 한 달을 꼬박 일해도 고작 88만원 밖에 벌 수 없는 20대의 슬픈 현실이다. 사랑은 커녕, 당장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도 벅찰 뿐이다. 그들에게 사랑은 생존의 문제이다.
▲88만원 세대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의 대다수는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길어봐야 그 유효 기간이 2년에 불과하다. 노동이 이처럼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20대가 자기 삶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노동의 유연화는 언제나 일시적이기에, 연애와 사랑, 가족처럼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하는 인간 사이의 친밀성과 유대감 같은 감정과는 맞지 않는 노동의 형식이다. 때문에 연애와 결혼의 전제 조건에 사랑이 우선되지 않고 경제적인 조건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지배하게 됐다. 또한 최근 초식남ㆍ건어물녀 등 이러한 현실에 적응해버린 사랑의 유형, 그러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격동의 세월을 보냈던 386세대와 그 윗세대들은 그들의 청춘을 회상하며 ‘혼란스러웠지만 낭만이 있던 시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88만원세대는 20년 뒤, 자신의 청춘을 이렇게 회상할 것이다. ‘혼란스럽고 희망이 없던 시절’이라고. 어릴 적부터 같은 세대끼리 연대가 아닌 치열한 배틀 로열을 벌이는 세대. 사회에 나와선 자신보다 우위에 서 있는 윗세대와 경쟁하며 어떠한 안전장치 없이, 경제적 생존을 위해 싸우는 세대. 사랑과 낭만을 알지못한체 냉혹한 경쟁을 벌이는 88만원 세대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역사가 낳은 비극이며, 현실이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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