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월드 페스티발, 나라별 주간행사 1년 내내 이어져

일본 오이타 현의 작은 도시 벳부. 벳부에서도 조그만 한 대학교의 교정. 그곳에서는 다양한 언어로 대화하는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있다. 이들이 수업을 듣기위해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순간 이 곳이 일본이 맞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리츠메이칸 APU(Ritsumeikan Asia Pacific University)는 개교 9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국제교육의 기수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리츠메이칸 APU는 2000년 4월에 리츠메이칸학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서 오이타현 벳푸시와 학교법인 리츠메이칸의 공동사업으로 창설된 국제대학교다. 교토지방의 명문사립대학이었던 리츠메이칸 대학(立命館大學)이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캠퍼스를 설립해보자는 취지로 생겨난 것이 바로 리츠메이칸 APU(이하 APU).
우리나라의 개념으로는 APU가 일종의 리츠메이칸의 분교인 셈이다. 학생 전체 구성원의 50%와 전체 교수진의 50%를 외국인으로 채우고자 하는 목표로 설립된 매우 독특한 이 대학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국제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내에서 국제대학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2008년 11월을 기준으로 한국, 중국,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아랍, 유럽 등 전 세계 87개국 약 2,800여명의 외국 유학생들이 APU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의 기존 전통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와세다 대학(2603명)이나, 동경대학(2388명)의 외국인 학생 숫자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총 재학생 6084명 중 외국인 학생이 2783명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본의 웬만한 명문 대학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이처럼 APU가 국제화를 선도하고 있는 대학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차별화된 국제화시스템으로 승부한다
APU도 처음부터 주목받는 대학은 아니었다. 나라마다 고령화에 따른 신입생 감소 등으로 인해 각 대학은 대책마련에 부심하 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자신들만의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특성화와 경쟁력 향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국립대의 양대 산맥이라는 교토대와 도쿄대, 그리고 ‘제국 7 대학’이라고 일컫는 지방 국립대를 포함하여 사립명문인 게이오대와 와세대학 등의 기성대학들이 구조를 탄탄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APU가 짧은 기간동안 신흥 명문으로 부상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전통 명문대학들과 달리 개교 한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신설 대학 APU는 낮은 인지도와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에서 자신의 짧은 전통과 역사의 취약점을 딛고 일어설 강력한 그 무언가가 필요했고 APU가 택한 생존전략은 바로 일본의 전통 명문대들과 차별화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국제화 시스템이었다.

국제화, 발로 직접 뛰어라
APU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생각아래 국제적 명문이 되기 위해 세계 각국에 뛰어난 신입생을 모집하는 전략을 수립한다. 각국의 인재를 끌어 모으기 위해 APU는 나라별로 학교 홍보에서부터 학생모집까지 수행할 수 있는 사무국을 설립하여 교직원들을 파견했다. 또, 유능하지만 학비가 없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인재들은 장학금을 주고서라도 끌어 모으겠다는 구상이었다. 개교 이후 초반에는 아시아권 나라인 중국, 인도네시아, 대만, 인도, 태국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앉아서 우수학생들이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며 학생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APU는 이를 위해 현지에서 학생 모집 활동 및 학부모회와 졸업생 모임인 교우회를 지원해 가며 APU의 인지도를 높였다.
또 각 나라의 우수대학, 교육기관과의 교류협정에도 노력을 기울여 57개국의 380개의 대학 및 교육기관과 교류협정을 체결했다. 아시아태평양 매니지먼트 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김은선 씨는 “다른 나라의 대학이 교류협정을 맺은 다른 나라의 고등학교에 찾아와서 직접 학교를 설명하고 홍보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사무소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APU 해외사무소의 활약으로 한국의 경우 2009년을 5월을 기준으로 학부생으로 687명, 교환학생 12명 등을 포함하여 총 702명의 한국 학생을 입학시키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다른 해외사무소 역시 활발한 활동으로 중국 655명, 태국 257명, 베트남 218명, 인도네시아 183명이 다니게 되었다. 이러한 아시아 권 해외사무소의 성공을 기반으로 APU는 현재 아시아권을 넘어서 캐나다와 오세아니아에도 해외사무소를 설립하여 미주 권 우수 학생의 입학률을 높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몬테 카심(Monter CASSIM) APU 학장 역시 APU의 해외우수 유학생 유치비결로 “우수학생 확보를 위해 발로 뛴 노력과 그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를 꼽았다. 이는 자국 내에서 단순히 홈페이지에 자신의 학교를 홍보하거나 홍보책자를 외국학교를 보내는 ‘탁상행정’이 아닌 직접 발로 뛰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국제화 추진이었다. 기존의 일본 전통명문대나 우리나라의 대학들에서는 볼수 없는 APU의 차별화 된 국제화 전략 중 하나이다.

언어 장벽, 피부로 느끼고 넘어서게 하라
APU의 학생들은 다양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통해 습득한 외국어 구사 능력을 바탕으로한 뛰어난 국제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APU 출신 학생들을 선호하고 자연히 취업율 역시 좋을 수 밖에 없다. APU는 취업 희망자 대비 취업률이 95.6%에 달하는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리츠메이칸 APU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이현성(09학번)군은 “리츠메이칸 APU의 장점은 다양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APU는 수업을 일본어·영어로 개설된 전문과목과 언어과목을 연동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APU는 또, 수업을 일본어와 영어를 병행 실시함으로써 자국인 학생들의 언어장벽도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다른 일본대학을 비롯해 해외 여러 대학들은 대부분 수업을 100% 영어로 진행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APU는 또 , 스페인어나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의 여러 가지 언어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학생들이 외국인 친구들에게 실생활에서 배웠던 언어를 강의를 통해 다시 보고 듣고 배울 수 있게 한 것이다.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중요시 하는 APU의 교육철학이 빛나는 대목이다.

세계를 경험하는 월드 페스티발
APU는 커리큘럼 뿐만 아니라 수업 외적으로도 학생들이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하고 있다.
APU는 쿼터제 방식으로 학사 일정이 운영되고 있는데 대략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가 한 쿼터이며 2쿼터가 시작하는 6월 초부터는 월드페스티벌이라는 각 나라별 음식이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축제를 개최한다. 이 축제를 시작으로 7월 말까지의 각 나라별 위크 행사가 열린다.
Multicultural Week이란 이름하에 베트남 위크, 차이니즈 위크, 인도네시안 위크, 타이위크, 코리안 위크 등 매주 각각 다른 나라들의 위크가 개최되는 것이다.
87개국에 달하는 다국적 학교인 만큼, 학생들의 상호간의 이종문화(異種文化) 이해를 위해 축제를 개최하고 별도로 예산도 지원하는 것이다. 학교의 지원금 외에 부족한 금액은 행사 참가자들의 기부금 모금 활동이나 외부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유학생이 주축이 되어, 각 국가·지역별로 일주일간 자국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데 주력하지만 특정 위크에 참가하길 원한다면 자신의 국적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위크에 직접 참여 할 수도 있다. 일주일 간 열리는 이 행사를 통해 학생들은 캠퍼스 곳곳에서 나라별 문화와 음식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축제를 통해 외국학생들이 자신의 모국을 다른 나라 학생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업외적인 체험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파격장학제도, 우수학생을 사로잡아라
APU의 국제화 프로그램 중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동남아시아나 저개발 국가의 우수한 인재유치를 위한 다양한 장학프로그램이다.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학생들, 특히 학비가 없어서 학업을 포기하는 가난한 아시아의 우수한 인재를 모아 교육시켜 일본은 물론 아시아의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을 지원해줄 장학금 조성이 필요했다. 개교 전 학교 측은 이들에게 줄 장학금을 모으기 위해 각 기업들을 찾아다녔다.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국제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득하여 모은 자금은 40억 엔, 우리돈 500억원가량이었다.

APU는 또, 벳푸시로부터 12만여 평의 학교 부지를 무상 제공받는 조건으로 벳푸에 캠퍼스 건립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개교 전부터 캠퍼스 건립에 사용되어야 할 돈 상당부분을 절약할 수 있게 됐고 남은 돈을 학교의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APU의 수업료는 연간 124만엔 안팎이지만 외국인 학생은 성적에 따라 수업료가 30∼100% 감면된다. 이러한 파격적인 장학제도는 자연스럽게 아시아 여러 나라의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스리랑카에서 온 니라울라 바불람 씨(06학번)는 등록금 전액을 면제 받는 학생 중 한 명. 그는 “APU에서 주는 장학금이 없었다면 유학을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대학 말고 이곳을 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이었다.”고 말했다.

“Shape Your World”
너의 세상을 만들라는 APU의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에 걸맞게 학생들은 자신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외국학생들과 두려움 없이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고 교직원들은 부서에 상관없이 모두 국제화와 연결 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의 협조를 하고 있었다. 학장 또한 더 많은 외국 기관과 교류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모습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맡은 자리에서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다른 대학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작지만 큰 대학. 리츠메이칸 APU의 눈부신 활약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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