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상민과 이혜영이 해외에 나가 많은 공을 들이고, 많은 돈을 들인 누드를 찍고 와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성현아, 권민중, 김완선 등 최근에 누드를 찍었던 많은 연예인들이 가볍게 인터뷰만 했던 것과 비추어 보면, 튀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임신한 부인과 함께 찍은 누드사진을 공개한 한 미술교사의 의미 있는 행위에 많은 사람들이 돌을 던진 것에 비추어 보면, 우리사회의 왜곡된 누드열풍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쉬운’ 시작

80%이상이 완전 노출이라는 수위 높은 누드를 들고 와서 “중학생 조카가 보아도 부끄럽지 않을 누드”이며, “예술과 외설, 그 두 마리를 다 잡고 싶었다”는 매끈한 이야기를 해대는 것은 아무래도 상업적 대박을 기대하는 것 이상의 제스쳐라고는 보기가 힘들 것 같다. 그들의 누드를 조금이라도 맛보기(?) 위해선 어김없이 선결제가 우선이니까 말이다.

몸값으로 먹고사는 연예인들이 너나 없이 누드를 찍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확실히 지금의 우리사회는 누드가 돈이 되는 사회이고, 섹슈얼리티가 이상적인 미의 기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이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제 누드 열풍은 더 이상 돈을 위해 옷을 벗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우리사회에는 각각의 이유로 옷을 벗고, 그 벗은 몸을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개인과 집단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대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돈을 받고 팔 것도 아닌 누드 사진을 돈을 들여 찍기도 하고, 셀프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한다. 단연,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인터넷의 보급이 결정적인 매개물이 되었다.


왜 벗는가

이들은 왜 벗는 것일까. 몇가지 유형을 보자.
첫째, 나체주의를 표방한 사람들이 있다. 한 나체주의 인터넷 까페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까페 대문에 걸려있다.

있는 그대로, 모두가 구속되는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환경에 대한 조화를 이루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까페 자료실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 뚱뚱하거나, 가슴이 쳐진 사람, 몸에 콤플렉스가 심하게 도드라져 보이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리사회의 나체주의란 것이 젊음과 생기발랄함, 그 범위를 넘어서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외국의 나체주의 클럽엔 다양한 나이와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생각할 땐 더욱 그러하다.

둘째로,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디카사진을 모아두는 한 인터넷 갤러리엔 누드갤러리가 따로 있다.
여기에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찍은 사진과 아내, 혹은 여자친구의 몸을 찍은 사진을 주로 올려놓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리플’을 바란다.  올려진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평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일상에서는 평범하게 입고 지내지만, 그리고 그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자신의 벗은 몸을 한번쯤은 만인에게 공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이는 인간이란 무릇, 노출과 관음의 양극단을 동시에 오가는 동물임을 실감하게 한다. 이곳에서도 대체로 군살 없는 몸과 근육이 등장한다. 젊음과 생기발랄함, 그 이상을 넘어서고 있지 않은 것이다.

세 번째는 단연, 돈을 목적으로 벗고 나서는 사람들이다. 포르노그라피가 그러하고, 일부 연예인들의 누드촬영이 그러하다.
이 가운데 지금 우리 사회엔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나신을 공개하려는 두 번 째 유형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왜곡된 사회 문화가 여성, 혹은 남성의 매끈하고 잘빠진 몸을 선호하고, 그렇지 못하면 열등감에 빠지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누드열풍은 다소 염려스럽다. 


양지로 나오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더위 앞에서도 몸을 꽁꽁 싸매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맨발이나 맨몸에 대해 지나치게 금기시하여, 오히려 개인의 자유을 억압하고, 구속하면서도, 뒤로는 끊임없이 음탕함과 음란함을 즐겼던 이중성을 벗어나 몸도 하나의 표현이 될 수 있고, 누드도 얼마든지 양지에 있을 수 있음을 상기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누드열풍을 색안경을 쓰고만 볼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김 종 민
대학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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