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랑비탈’의 철학자

“모든 생명계, 인간의 삶은 진화한다. 이 진화는 내적 충동력인 엘랑비탈(elan vital), 곧 생명의 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창조적 진화이다.”
유대계 프랑스 철학자인 앙리 베르그송은 그의 이전에도 비슷한 학설이 없었고, 그의 후에도 계승하는 철학자가 별로 없는, 그럼에도 전 세계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그런 철학자이다. 그 시대의 가장 위대한 저작으로 평가받는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1907)와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1932)은 몇 종류의 우리말 번역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베르그송의 관심은 ‘지속’과 ‘생명’ 개념이었다. 본래 생물학에서 출발했던 그는 과학이 사용해온 시간개념, 곧 시계로 측정할 수 있는 공간화 한 시간개념을 거부하고, 특히 기계론적인 결정론을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세계의 본질은 생명의 창조적 진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목적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그 중간에서 계속적으로 창조적인 진화를 거듭해 가는 것이 삶의 본질이다. 진화 과정의 전체는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를 발생시키는 ‘생명의 약동’(elan vital)의 흐름이다.

분석화·공간화·개념화하여 사물을 고정적·불연속적인 것으로 보는 과학적인 앎의 방법은 목적을 성취하고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유용하지만 사물의 본질적 실재에는 도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방법으로는 공감을 통해 사물의 중심부까지 이르는 총체적·직접적인 직관에 의해서만 파악할 수 있는 지속과 끊임없는 흐름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생명의 본질은 ‘순수 지속’이다.

베르그송은 또 닫혀진 사회와 열려진 사회를 문제삼는다. 모든 침체와 반창조성과 악은 폐쇄적이며 닫혀진 사회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열려진 사회는 언제나 새로운 도덕과 가치를 창조해나갈 수 있고, 그 사회적 진취성과 창조성이 긍정적이며 건설적인 삶을 추진시켜 준다. 종교도 마찬가지로 교리나 형식에 얽매어 정적(靜的)인 것이 될 때는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모든 종교가 동적인 힘을 가질 때 그 사회를 발전시키게 된다.

반(反)유대주의가 전 세계를 뒤흔들 무렵, 예외의 기회를 단호히 거부하고 “나는 미래에 박해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사람들 틈에 남아 있고 싶다”면서 유대인 등록을 하였던 베르그송의 삶에서 ‘순수 지속’과 ‘열린 사회’에 대한 그의 확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유흔우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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