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광복 60주년을 맞이해 열린 8·15 통일대축전을 취재하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 갔다. 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행사를 지켜보는 북측 대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용기를 내 그들에게로 향했다. “남북 대학생들이 함께하는 자리에 있는 소감이 어떠세요?”
막연한 두려움을 뒤로 하고 던진 질문에 “뜻 깊은 자리에 참여하게 돼 참으로 기쁩네다. 우리가 통일 1세대가 될 것이라 믿습네다”라며 밝게 웃는 북측 여학생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단지 내 의식 속에서 ‘다른’ 존재로 구분돼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지난 4개월 동안의 수습기간은 틀 안에 갇힌 내 생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배움의 시간들이었다.
대학 입학 후 부여된 자유에 대해 회의를 느낄 때 쯤 신문사 모집광고가 눈에 띄었고 그 길로 수습기자가 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수습기자 활동은 만만치 않았다. 쌓인 취재와 청탁으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기 일쑤였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조판 작업은 몸을 지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취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생각의 틀을 깨어가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면 그동안의 고됨이 희열로 바뀌곤 했다. 또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기 넘치는 삶을 마주하는 것은 나를 더욱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됐다.
문화부 수습기자로 활동할 때 환경영화제 개막식을 취재 갔다가 배우 안성기 씨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평소 존경하던 그로부터 직접 영화에 대한 가치관과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던 그 때의 경험은 나에게 더욱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또한 농민들의 고된 생활상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던 농활, 전국 학보사 기자들과 다녀온 중국 탐방은 내 생각과 시각을 넓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제 지난 경험을 발판 삼아 한층 성장한 ‘정기자’로 거듭나려 한다. 사회의 진실을 꼬집는 시각과 다양한 곳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기사로 내가 느낀 희열을 독자들과 나눌 것이다. 내 이름이 달린 기사를 읽고 기쁨을 느낄 독자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