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왜 이렇게 비가 왔다 안 왔다해? 한번 오면 정말 많이 온다!” 흘러가는 듯 친구들 사이에서 오고 간 대화였다. 그냥 오는 비려니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아침 졸린 몸으로 지하철 흔들림에 이리저리 흔들리다 무심코 올려다 본 TV모니터에서 태풍 ‘매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방송을 보게 되었다.
그 후 신문에서도 TV 뉴스에서도 수재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태풍에 휩쓸려 간 사람들에 대해서 쉴 새 없이 보도하고 있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텅 빈 집터에서 망연 자실한 사람들, 사랑하는 가족들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음에 대성통곡하는 사람들, 나에게 있어서 그 사람들은 그저 모니터 안에 존재 하는 사람들이었다.
난 공강 시간에 학부실 커다란 창 밖으로 쏟아 붓는 비를 멍하니 보면서 ‘멋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또 강의실을 옮길 때 마다 왜 이렇게 비가 오냐며 바지가 젖는다고 바람에 우산 가누기가 힘들다고 투덜대기도 했었다. 비가 와서 학교 가기 귀찮다고 늑장을 부리기도 했었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아픔은커녕 작은 불편함에 투덜대고 있었다. 내가 겪은 일이 아니고선 언제부턴가 주위의 아픔에 무뎌져 버렸다.
아픔뿐만이 아니라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눈과 귀를 막고 나는 나만 아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지만 좀 더 주위의 어려움에 눈을 돌리고 작은 손길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또 무엇보다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감사하는 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새미 (사과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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