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를 넘어선 제국 역사적 진보인가 현실부정 관념론인가


제국
네그리, 하트 저, 윤수종 역,  펴냄


“오늘날의 세계는 탈중심화하고 탈영토화한 규칙이 끊임없이 확장돼 지구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제국’이며, 이는 제국주의보다 낫다” “‘제국론’의 실천적 함의는 미국 제국주의가 주도하는 세계화의 승인과 투항일 뿐이다”
‘제국론’과 ‘제국론 비판’ 사이의 논쟁이 뜨겁다. 2001년 우리말로 옮겨진 이후부터 다양한 해석과 의문이 불거져 나왔던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제국’이 바로 논쟁의 중심이 되는 ‘제국론’의 정립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제국인가, 제국주의인가’를 주제로 지난 5일 서강대에서 열린 맑스코뮤날레 쟁점토론회의 쟁점 역시 이 ‘제국’으로, 이에 대한 상반된 두 입장의 팽팽한 논쟁이 벌어졌다.  

먼저 ‘제국’을 번역한 윤수종(전남대 사회학) 교수와 조정환 갈무리 대표는 제국론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새로운 사상’으로 규정했다. 윤 교수는 네그리와 하트의 논지를 대변, “제국주의는 끝났다. 국민국가들은 이미 정복에 의한 역사적 체제인 제국주의를 넘어선 하나의 강력한 질서, 즉 제국의 경향 안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테면, 제국과 지구화는 역사적 현실이며 필연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개별국가적, 민족주의적 저항이 아니라 오히려 제국화를 통한 대항 제국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제국론자들의 주장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족쇄에 포획된 다중(multitude)의 잠재력을 세계화의 가속화를 통해 전면화하자는 일종의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조정환 대표 역시 “자본에 대한 지구화의 무차별적 폭력에 맞서기 위한 대항방식은 권력에 호소하는 반전운동의 평화주의적 전망이 아니라, 다중의 항구적 자치를 위한 투쟁에서 찾아야 한다”고 맥을 같이 했다. 이는 그의 저서 ‘제국의 석양, 촛불의 시간’이나 ‘지구제국’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나는 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네그리와 하트의 주장처럼 제국은 역사적 ‘진보’이며, 제국주의론에 기반한 반지구화 투쟁은 역사적 ‘반동’인가.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와 정성진(경상대 경제학) 교수는 이러한 도발적 주장에 철저히 반기를 든다. 손 교수는 “민족주의의 억압성을 우려해 자본의 세계화에 저항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저항적 민족주의의 진보적 측면을 지나치게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항지구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자본의 전지구화 과정을 가속화시켜야 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정성진 교수 역시 제국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제국은 제국주의간 경쟁과 전쟁 경향의 소멸을 주장하며 국가에 의한 매개, ‘가장 약한 고리’의 이론도 거부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심적 헤게모니도 부재한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그는 강조했다. 오늘의 세계는 미국 제국주의를 중심으로 지배되는 자본주의이며, 세계화란 그것의 확장과정의 다른 말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다중’개념 역시 다중 내부에서의 계급적 차이의 문제는 경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제국론의 전제에서부터 대안에 이르는 논쟁은 토론회 이후에도 온라인 공간으로 확대, 여러 학자들의 열띤 찬반토론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이 쟁점이 지닌 정치사회학적 의미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 혹은 세계는 그것이 제국이든지 제국주의이든지, 대안을 찾아야 할 모순과 문제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본의 지구화에 대항하는 반지구화 투쟁과 보다 적극적인 대항 지구화 투쟁을 어떻게 결합함으로써 대안을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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