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 185명 설문조사 …‘자살충동 느껴봤다’23%
최근 자살이 신드롬처럼 번지고 있다. 일간지에서는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이 음독자살을 한 이야기나 실업을 비관한 명문대생이 투신한 이야기 등 각종 자살소식이 이틀에 하루 꼴로 등장한다.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하루에 36명, 즉 1시간에 1.5명이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세대별로 분석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 2001년까지 자살은 13-18세의 사망원인 3위, 15-44세 사이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보다도 높은 것이다.
한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기까지는 수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는 자신에게 요구된 것을 스스로 따라가지 못할 때 생기는 복합적인 반응.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우울증이나 각종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자살은 이러한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지금 본교생은 어떤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고 있을까.
지난 19일 본교생들 1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본교생은 대체로 ‘보통’이상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취업 및 장래문제에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자신이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를 묻는 질문에 85%의 응답자가 보통수준 이상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느끼는 생활분야는 역시 ‘취업 및 장래문제’. 각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정도를 5점 척도로 계산했을 때, ‘전공에 맞는 직업을 구하지 못할까봐 걱정’이라는 대답이 3.0점으로 ‘최고의 스트레스 요인’에 올랐고, ‘실업자가 될까 걱정’이라는 대답 또한 2.79점이나 됐다. 그동안 청년실업을 비관한 자살이 연이어 일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은 부분이다.
그밖에 높은 점수를 얻은 답변은 △집안의 경제사정으로 학비조달이 힘들다(2.58점) △소속되어 있는 학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2.31점)로, 진로문제에 이어 금전적 문제와 학업문제가 스트레스를 느끼는 많이 느끼는 분야로 꼽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적 요인보다,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정신적 징후에 대한 공감도가 높다는 점이다. 역시 5점 척도로 계산했을 때 △불안하고 짜증이 난다 △피곤하고 의욕 없다 △자신감 없고 자책한다 △두통, 소화불량이 나타난다 등이 모두 2.5점을 넘기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면 스트레스의 차원을 넘어, 자살충동까지 느껴본 이는 얼마나 될까. 전체 응답자 중 23%, 열 명 가운데 2명 꼴로 자살충동을 경험한 셈이다. 또한 이들 중 약 60%는 자살방법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등 자살을 위한 준비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들 가운데 전문 심리치료를 받아본 사람은 2%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한국 심리학회 구진영 연구원은 “한국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은 치료대상이 아니라고 믿는 성향이 강한 편”라고 설명했다. 뇌와 정신을 분리해 생각해, 오히려 스트레스과다 및 우울증 치료가 더디다는 분석이다.
한편 최근 자살율이 급증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획일적인 목표를 강요하는 사회분위기와 피폐해진 인간관계’라는 대답이 48%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박탈감(39%)이 그 뒤를 이었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사회구조적 안전망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결과다.
“어제 그들이 버리고 간 것은,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어느 학자가 잇따른 자살현상을 두고 한 말이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그가 자살을 선택하기까지의 수많은 요인들은 살아남은 우리의 문제이다. 때문에 자신의 스트레스와 그 근본원인을 살펴보는 일은, 우리사회의 새 출구를 모색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