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극장과는 보는 물이 달라!”

지난 2001년 저예산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라이방·나비·고양이를 부탁해’를 살리자는 ‘와라나고’ 운동이 진행됐다. 이 운동의 내용 중 하나가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이 흥행여부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상영될 수 있는 ‘예술영화전용상영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성과로 정부는 지난해 초 전국 주요도시에 10개 이상의 전용관 설립 및 연간 150억여원의 지원 방침을 밝혔다.  
 
예술영화전용상영관은 예술영화를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 3이상 상영하는 영화상영관이다. 이것의 설립은 현재 상업성만 강조하는 우리의 영화계 관객들의 볼 권리를 보장해주는 최소한의 장치 마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반 영화관과의 차별성 또한 눈에 띤다. 그 예로 서울 동숭동에 위치한 ‘하이퍼텍 나다’의 경우 영화 시작 10분이 지나면 티켓이 있는 관객이라도 상영관 출입을 금하고, 영화의 엔딩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갈 때까지 상영관의 불을 켜지 않는다는 방침을 만들어 놓았다.
이는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고 끝까지 감상할 수 있도록 관객을 최대한으로 배려한 전용관만의 장점이다.

그러나 아직 소수의 마니아들만 찾아 자체 수익만으로 운영하기에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그간 ‘영화를 제작해도 틀 곳이 없다’는 한국 예술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전용관 설립으로 개선 여지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감독이 흥행을 보장받을 수 없는 예술영화 제작을 꺼린다.
이와 관련해 하이퍼텍 나다 영상사업팀 정유정 대리는 “예술영화 제작 및 홍보 등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관객유치가 가능하고, 이는 예술영화전용관이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얼마전 전국 12개 예술영화전용관이 ‘아트플러스’라는 네트워크 망을 구축해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예술영화의 공동 배급망을 마련·공동 마케팅·영화제 개최·프로그램 연계 사업 등을 추진해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또한 지난 5일 개봉후 지난 25일까지 9천여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단관상영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떠오른 박기복 감독의 ‘영매-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의 성공은 한국 예술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 예술영화가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라는 틀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모색하는 영화계의 흐름에 맞춰, 우리도 예술영화전용상영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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