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인 인프라 빈약해 제작부터 배급까지 어려움 여전

한국영화가 바야흐로 붐이다. 할리우드에 맞서 자국 영화가 영화시장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인도를 제외해 놓고 한국이 유일하다. 문제는 이런 긍정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의 그늘진 구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비평가들은 한국영화가 상업성을 강조한 나머지 영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성’에 소홀하고 ‘획일화’되고 있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가지 화두는 모든 상업예술이 공통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예술을 강조하기보다 수익을 더 중시하는 대중문화의 속성 상 의미와 재미가 공존하는 작품을 생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는 영화 창작과정의 실험과 도전이 필요한, 따라서 그만큼 상상력과 노력이 더 소요되어 ‘남는 장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품성은 향상했지만…

다행히 상업영화가 외면한 영역을 예술영화가 담당하면서 작품성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주류 상업영화가 다루지 못하는 일상사의 독특한 처리에서부터 성역으로 남아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도발적 견해와 역사적 사건의 재해석까지 정치성 짙은 주제가 독립영화의 주된 영역인 셈이다.
현재 매년 500편 이상 제작되는 예술영화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겉으로만 평가한다면 상업영화의 붐과 더불어 완벽한 조화를 이룬 듯 보인다. 뿐만 아니라 상업영화의 질적 수준도 이제는 ‘실험’ 단계를 벗어나 국제영화제에서 단골로 상을 받아올 정도로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제작시스템 여전히 부실

그러나 예술영화가 상업영화에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상업영화의 본격적인 대안으로 등장하기에는 아직 인프라가 너무나 빈약하다. 누구나 보고 동의할 만큼 작품성이 뛰어나고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도 이를 제대로 상영할 영화관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것은 최근 ‘고양이를 부탁해’나 ‘영매’의 경우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제 예술영화의 문제는 저예산의 자금마저 조달하기 힘든 제작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더불어 잘 만든 영화를 상영할 수 없는 배급의 문제까지 안고 있는 셈이다. 매년 수 백편이 제작되는 예술영화를 KBS와 EBS 그리고 몇 안되는 예술전용극장이 모두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예술영화의 배급체계를 개선, 확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문제는 상업영화에서 나타나는 제작시스템을 개선하고, 대안적 가치를 담은 영화를 만들어 극장 배급이 아닌 전국이 네트워크화 된 전용관에서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일이 절대 상업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공적인 가치판단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대안책 모색해야

그 하나의 예로 정부지원과 더불어 상업영화에서 남기는 이익의 일정 부분이 예술영화로 재투자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상업영화가 예술영화를 교차지원 하는 이런 방법은 새로운 수법과 독창적 아이디어를 상업영화에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가치가 있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는 이렇듯 각자의 발전을 위해 서로가 필요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하나의 성공이 또 하나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생의 관계인 것이다. 예술영화가 더 많은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인 것이다.


조 종 흡
예술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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