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들의 세계패권 파헤치기


제6회 비판사회학대회가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열렸다. 노동과 산업, 담론과 이데올로기, 저항과 노동, 그리고 특집분야 토론회가 진행된 이번 대회의 주제는 ‘미국의 세계패권’.

그동안 이 대회를 주최해 온 한국산업사회학회(회장=서관모·충북대 사회학 교수)는 멀게는 맑시즘에 바탕한 사회구성체논쟁부터 가깝게는 ‘우리 안의 파시즘 논쟁’까지, 당대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들을 정면으로 다뤄온 진보적 사회과학 학회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미국이 물리력과 이데올로기를 통해 세계 민중에게 패권을 행사하는 방식과 그 모순을 분석”하겠다는 취지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민족 재통합의 길로서의 체제수렴’을 주제로 한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의 전체강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대회에서 발표된 미국 관련 논문과 논의들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국제사회 속 미국’‘북한과 남한 속의 미국’‘미국이 바라본 한국’이다.

▲국제사회 속 미국=‘미국과 전쟁’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안병진(정치학) 경희대 연구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많은 지식인들이 부시정부를 군수·석유자본과 지배엘리트의 음모만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미 정부에 대한 경제주의적 해석을 경계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선제공격독트린’은 클린턴 행정부에서도 고려됐던 것이며, 9.11은 이를 더욱 “타락하고 부패한”방향으로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정구(사회학) 교수는 ‘참여정부 자주국방의 과제와 전망’에서 우리정부가 제시한 자주국방의 모델을 △대미자주 △북한흡수 △대미예속형으로 구분해, 각각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았다. 강 교수에 의하면 ‘정부의 의지’‘한미관계 등 구조적 제약’‘민중사회 등 구조적 추동력’의 독립변수를 기준으로 따져 본 결과 정부의 ‘자주국방’은  대북흡수-대미예속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과 남한 속의 미국=‘북한과 미국’‘우리 안의 미국’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논의됐다.
김진환(사회학) 박사는 ‘부시정권의 대북 위협과 북한개혁의 미래’라는 논문을 통해 91년부터 공세적으로 바뀐 미국의 동북아시아전략이 북한의 경제개혁을 방해했음을 설명했다. 이에 비해 김기환 민족21 기자는 앞으로 진행될 남북경협에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협정들을 짚었다. 경제분야는 남북관계개선에서 중요한 ‘열쇠’로 여겨지는 만큼 학자들의 관심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27일 오전에 진행된 ‘우리안의 미국’ 토론회에서는 한국사회 내 미 사대주의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한신대 윤상철(사회학) 교수가 ‘한국 사회학자들의 논문에 나타난 한국사회학의 대미종속정도’를 살펴본 점이 흥미로웠다.

▲미국이 바라본 한국=한국역사연구회의 정일준(아주대 국제학부) 교수, 마상윤(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 현(사회학) 박사 등은 현재 진행중인 ‘한미관계와 유신체제’ 연구사업의 성과물들을 ‘중간보고’ 차원에서 짧은 보고서로 묶어 발표했다.

이는 미 정부가 한국사회에 대해 작성한 문서 가운데 가장 최근 발표된 유신체제 당시의 것을 바탕으로, 한미관계를 연구한 것이다. 정일준 박사는 “미 정부가 공개한 문서들만을 연구하는 한계가 있지만, 한미관계의 큰 틀은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에 의하면 한미관계는 탄탄한 동맹으로 보이지만 그 안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정치적 반목과 암투가 눈에 띈다. 특히 박정희를 위험한 인물로 평가한 미국의 보고서에서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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