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의 생산·소통 공간에서 진단하다

최근 발간된 학술계간지들을 통해 현 사회의 이슈와 담론을 살펴본다. - 편집자

 

현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평가를 내려 본다면 어떤 결론들이 나올까.
물론 어떤 부분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또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전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담론과 이론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한 각각의 담론과 이론들이 나름대로의 근거와 사회적 통찰을 담고 있다면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우리 사회의 유용한 나침반이 되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러 학술지들은 이처럼 우리 사회의 이슈들이 활발하게 생성되고 논의되는 공간 중 하나로, 최근 발간된 학술지들 역시 현 사회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당대비평’은 개인의 내면 속에 요약돼 있는 우리 시대의 갈등을 포착하고 있다. 특집으로 실은 ‘무능력자에 대한 보고서’가 그것. 이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철저하게 ‘능력있는’ 사람과 ‘무능력한’ 사람의 구별짓기를 행하고 있으며 더욱 그 경계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 등을 무능력자로 규정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생산력이 곧 능력의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내면에 더 나은 능력에 대한 맹목적 지향성이 담겨져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화평론가 서동진 씨는 “백수, 탈근대 자본주의의 무능력자들”이라는 글에서 “순수하게 노동의 가치에 부여하는 능력의 기준이 퇴색된 상황에서 무능력의 표상인 백수는 이미 무능력자가 아니”라며 능력 강박 사회를 꼬집었다.  
당대비평이 하나의 사회 현상을 분석했다면, ‘창작과 비평’은 현재 우리사회의 경제적·정치사회적 조건을 진단, 비판했다.
홍익대 전성인(경제학) 교수는 시평에서 참여정부의 현 경제정책에 대해 “아이에게 억지로 청소를 맡기면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모두 적당히 카펫 밑으로 밀어넣듯이, 관료들이 펼치는 그것 역시 당장 그때그때의 어려움만을 모면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현재까지의 전망은 비관적이긴 하지만, 경제각료 인적 구성의 재편을 통한 재벌개혁, 금융개혁, 중장기 재정 건전화 계획 수립 및 집행 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라고 제시했다. 

한편 특집으로 마련한 ‘21세기 한반도 구상을 위한 평화체제와 평화운동’은 한반도의 반전평화운동의 구체적인 연대와 유연성, 실질적인 체제의 구축 등 앞으로의 발전전략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가위눌린 한반도, 깨어나야 할 우리’에서 “이제 우리는 ‘밖’을 상대로 운동할 때만큼이나 치열하게 ‘안’을 향해 운동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렇다할 전략이 부재한 정부와 내년 총선에만 혈안이 돼있는 국회, 반미·반북의 양극단으로 갈라지는 시민사회의 모습 등은 ‘가위눌린’ 한반도의 현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이제는 반성하고 진단하면서 처방을 찾아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문화과학’은 불안요소가 팽배한 오늘날의 사회적 현상을 루만, 하버마스, 기든스 등 대표적인 위험사회론자들의 이론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전북대 정태석(사회학) 교수가 진단한 바에 의하면, “위험사회로서의 한국의 자화상은 현대성의 분화로 인한 위험과 전근대사회적 위협이 뒤섞여 있는 상황”으로 그 안에 내재된 불안요소들은 선험적으로 더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역사비평’은 최근 범람하는 중국관계 연구가 문제설정부터 결론까지 미국학계의 복사판이라는 분석을 통해 우리학문의 신식민주의 경향에 대해 비판했고, ‘황해문화’에서는 ‘좌파여, 자성하라’는 글이 눈에 띈다. 진보진영이 내부에서의 비판과 반비판에는 전력을 기울이면서 진보이념의 대중적 확산에는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신랄한 비판이 그 내용이다.

이처럼 각 학술지들은 저마다의 시각과 주제로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대표적인 소통 방식이 글쓰기와 읽기라고 할 수 있듯이 많은 지식인들이 그 안에서 사회가 전하는 의미를 창출, 표현해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시 사회와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학술지들이 담고 있는 내용이 단순히 개인 수준의 주장이나 연구 차원을 넘어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묻고 답해야’ 하는 문제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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