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공론화시킬 것”

본교 학생운동은 90년 이후 이른바 ‘한총련계열’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왔고 좌파학생운동진영을 비롯한 타 운동진영의 참여는 미약했다. 이에 ‘좌파계열’인 본교 사과대 학생회장 오원기(정외4) 군을 만나 현재 학생운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 90년대 이후 대학사회의 학생운동과 본교 학생운동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 90년대 이전까지는 사회모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진 세력이 있었음에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라는 틀 내에서 공존했다. 그러나 전대협 해체이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전국학생회협의회, 다함께 등 다양한 시각을 가진 학생단체가 생겨났다. 이로 인해 결집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회모순에 대한 근본적이고 심도 깊은 논의가 가능하게 됐다고 본다.

이에 비해 학생사회는 다양한 욕구가 분출돼 사회 현상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예전에 비해 부족하게 됐다. 결국 이 같은 문제는 학생사회와 학생운동의 괴리를 가져왔고 현재의 ‘학생회 위기’를 초래했다고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해진 학생들의 시각과 욕구를 한 가지로 모으기보다는 각자의 욕구를 수용하면서 사회적 문제에 접목시켜가야 할 것이다.
반전운동을 예로 들면 여성문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전쟁시 발생할 여성의 피해를, 환경운동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전쟁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전한다면 이들 모두 반전운동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본교 역시 학생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같이 가지고 있으며 해결책 역시 다르지 않다고 본다. 


- 좌파 학생운동에 대해 생소해 하는 학생이 많다. 좌파 학생운동이란 무엇인가.

= 우리나라에서 좌파학생운동의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다만 좌파가 무엇인지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시각에서 알 수 있다. 이라크 파병을 예로 들면 한총련을 비롯한 민족주의 진영은 ‘미국의 종속을 벗어나 자주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 파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좌파는 이를 ‘노무현 정부도 자본주의의 고리 속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며 먼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이 같은 시각의 차이를 통해 좌파와 민족주의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 본교는 한총련에 비해  좌파계열의 경우 그 활동내용이 매우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 학내에서 좌파운동을 이끄는 이들의 역량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본교내 좌파학생운동진영은 90년대 이후 몇몇 문과대·사과대 학생회를 제외하고는 드물었다. 그러다보니 사회모순이나 본교에서 일어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해결방안이 축적되지 못했다.


- 최근 ‘학생회운동’과 ‘학생운동’은 분리돼야 한다면서,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운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학생운동과 학생회운동이 명확하게 분리될 수는 없다고 본다. 학생회는 학생사회를 이끌어가는 조직이다. 이러한 학생회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학생운동이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학생운동이나 학생회운동의 근본은 모두 학생대중 권력창출이다. 이를 이뤄내기 위해서도 학생회가 그 중심에서 학생들의 욕구를 대변하고 그 힘을 표출시켜야 한다고 본다. 학생회의 존재는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학생의 의견을 말하고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 본교 내 학생운동을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있나.

= 현재로서는 학생사회 안으로 들어가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공론화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학기에는 학생회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정리부터 시작해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여성과 장애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앞으로 대자보를 붙이고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일부 동아리나 학회에 토론거리를 제시하는 방법 등을 생각하고 있다. 또한 사과대 축제인 ‘능금제’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반 제국주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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