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한 두개쯤 있던 오락실은 과거 동네꼬마들의 작은 ‘일탈구’였다. 유난히 큰 효과음과 뻑뻑한 조종기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수단이었고, 주인공은 또 다른 자신으로 여겨졌다. 이처럼 게임은 자기 자신과 현실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중독성까지 획득한다.
그런데 사회가 복잡해지자 사람들은 반복되는 메뉴얼에 염증을 내고 ‘반응하는’ 상대를 원했다. 이러한 욕구를 해소해준 것이 바로 기술의 발전을 타고 우리 곁으로 온 ‘온라인 게임’이다.

지난 98년 시작된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은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 자극을 주었다. 이후 온라인 게임 산업은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웠고 지난해는 69%라는 괄목할만한 성장률을 보였다. 이제 온라인 게임은 일부 청소년들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인 문화 장르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야말로 ‘열풍’

하지만 게임이라는 장르가 가진 중독성은 학생들의 공부할 시간을, 직장인의 일할 시간을 빼앗는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게 사실이다. 또한 일부 게임에서 채팅창을 도입하면서 이용자간에 오가는 선정적 대화와 게임 아이템 현물 거래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는 게임을 현실처럼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게임 운영업체들이 사이버 감시단을 운영해 온라인 게임 문화 정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점점 해소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문화는 어느 정도 안정기를 맞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자체 소프트웨어를 통한 게임 외에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게임만 해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주된 게임이 ‘도박’을 차용해 유해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게임들이 실제 도박자를 줄였다는 수치화 된 근거로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 온라인 게임이 지닌 산업적 경쟁력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온라인 게임 산업은 여느 문화산업에 비해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 우위를 차지하며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 외화벌이 외에도 우리가 경험한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비슷하게 수출국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게임은 태국에서 심각한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를 야기하면서 태국정부로 하여금 ‘야간시간 게임서버 봉쇄’라는 강력한 처방을 세우도록 했으며, 얼마 전 미국 서버에 이북 국적을 가진 4명의 이용자가 등장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질적 발전 도모해야

온라인 게임 산업은 만화, 소설, 캐릭터, 방송까지 다른 문화산업과의 연계성이 강해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다. 때문에 지속적인 육성정책과 함께 관련 업계의 규모는 점점 커질 전망이다. 단 그 방향키는 이용료 증가 등 상업성이 치우쳐진 양적 발전이 아닌 끊임없는 이용자 연구와 기술 도약에 따른 질적 발전에 맞추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피가 나온다고 18세 이상이냐’는 볼멘 소리를 듣고 있는 불명확한 등급 분류 기준부터 바로 잡아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의식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온라인 게임 사전 등급제’자체가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서 허울로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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